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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신탁, 노후를 위한 재산지킴이

2022-10-07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본부장)

 


 

 

건강한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 필요성

 

스스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은 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가장 큰 바램일 것이다. 자녀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100세 시대 모습이다.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해서는 건강, 가족, 봉사와 같은 가치들 만큼이나 안정적인 자산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세 자녀들 모두 출가시키고 부부만 살고 있는 80대 중반의 김홍일 씨의 근심도 다르지 않다. 지금은 비교적 건강한 편이지만 더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질 때를 위해 어떤 대비가 필요할지 고민이 된다.

또 자녀 없이 남편과 사별 후 혼자가 된 82세의 김일순 씨. 경도인지판정을 받아 홀로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여 요양원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 자꾸 돈 빌려달라는 먼 친척보다는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요양원 원장님이 돈도 맡아 관리해주며 사후에는 장례도 치러주고 원하는 곳에 기부도 해 주었으면 한다.

고령층 인구비중이 늘면서 편안한 노년의 삶을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돈을 불리고 절세하기에 앞서 나의 재산이 안전하게 지켜지며 관리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바로 그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재산관리 방법으로 신탁제도가 부각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안전한 자산 관리를 위한 신탁제도

신탁하면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제도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그러나 신탁은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 때부터 유래된 오래된 재산관리 제도로, 영미뿐 아니라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자산관리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 진입하게 된다. 2015년 21.3%의 1인가구 비중 역시 5년이 지난 2020년에는 30%를 넘어섰다. 1인가구 중 70세 이상이 26.7%를 차지하고 있어 고령층을 위한 예방적인 재산관리 방법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 되고 있다.

신탁을 한다는 것은 믿을만한 기관 또는 사람에게 나의 재산을 맡겨 운용. 관리. 개발하게 하거나 심지어 처분과 상속까지도 진행할 수 있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나를 위한 가상의 재단 또는 서류상의 법인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을 위탁자, 재산을 맡아 관리 등을 하는 자를 수탁자라 하며 그 신탁관리를 통해 이익을 받는 자를 수익자라 한다. 은행, 증권, 보험회사 또는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신탁사가 영업활동 목적으로 신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개인도 영업목적이 아니라면 수탁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제 고민하던 김홍일 씨는 금융기관을 찾아 살고 있는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와 현금을 부부가 각자 신탁을 설정하였다. 본인들이 맡긴 신탁재산은 자신들이 생활에 문제가 없을 때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아 쓸 수 있다. 만약 직접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배우자가 서로의 대리인으로서 생활비, 병원비, 간병비 목적의 자금을 찾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남은 현금은 배우자의 노후자금으로 이전하거나 원하는 내용대로 상속할 수 있다. 

혼자 사는 김일순 씨 역시 현금재산을 신탁에 맡기고 자신이 신뢰하는 원장님을 대리인으로 지정하여 생활비부터 간병비까지 처리하도록 해두었다. 남는 재산은 자신처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 기부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이미지투데이

 

신탁의 주요 기능

신탁에 의한 재산관리는 네 가지 기능으로 나누어 활용될 수 있다.

첫째, 노후 케어 기능이다. 7·80대 고령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기능이다. 치매 등으로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을 만한 사람을 대리인으로 지정하여 본인의 생활비, 의료비, 간병비 등까지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둘째, 보이스피싱 등을 대비하는 안심관리 기능이다. 보이스피싱 등의 위험에 대비하여 일정한 금액 이상을 인출할 때에는 자신이 정해놓은 대리인 등의 동의절차를 받도록 하는 기능이다. 셋째, 노후생활 지원 기능이다. 본인의 신탁계좌에서 매월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조치하고 남은 자산은 자신이 정해놓은 방법대로 관리·운용된다. 넷째, 상속기능이다. 본인의 유고 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속되거나 기부될 수 있도록 정해 놓는 것이다. 유언의 기능을 대신한다 하여 유언대용신탁이라 한다. 

 

 


신탁을 설정하는 최저 단위는 금융기관별로 다소 다르지만 금전신탁의 경우에는 최소 만원 단위로 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사후에 손주에게 줄 수도 있고, 셀프장례. 종교단체 기부, 반려동물신탁 외에도 장지를 결정하는 생활형 신탁들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제 신탁제도는 고령층의 경제적 학대와 보이스피싱 등의 예방을 통한 안전한 노후대비와 함께 사후에도 자신의 원하는 바를 실현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시설에 입소하신 1인 가구 고령층의 경우 유고 시 전혀 교류가 없던 먼 친척에게 상속되기 보다는 자신을 돌보던 조카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뜻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다.

 

신탁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언

75세 이상의 인구비중이 65세부터 74세까지의 전기 고령자 수를 추월한 중(重)고령화 시대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신탁을 설정할 경우 일정한 세제혜택까지 부여하고 있다. 자녀나 손주에게 교육목적자금 지원을 위한 신탁을 설정할 때는 1천 5백만엔, 양육비 지원을 위한 신탁설정은 1천만엔을 일반적인 증여세 비과세와 별도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세대 간 원활한 자산흐름과 양육 출산 등의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어, 우리도 치매대비목적의 신탁 등을 설정할 때는 일정한 세제혜택 부여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신탁은 고령층의 재산관리 뿐 아니라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녀나 장애인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재산관리 방법이다. 특히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어린 손주를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신탁을 설정할 경우에는 그 미성년 손주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국가의 공적지원이 중단되지 않는 특별수요신탁 제도의 입법화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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