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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일자리의 명암

2022-10-25

정준호(강원대학교 교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실업에 대한 우려

2016년 한국에서 벌어진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 대국 퍼포먼스의 광고효과는 대단했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혁신에 대한 경외감과 동시에, 기술이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느냐는 두려움이 우리의 잠재의식을 강타했다. 케인스가 1932년에 제시한 파괴적 기술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거대한 기술 실업에 대한 우려가 이제는 정말로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술 실업의 규모와 속도가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0년대 이후 미국의 고용 감소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기술변화의 영향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또는 중국의 비약적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글로벌 가치 사슬의 영향이 더 강조되기도 한다. 

특히 설계·생산·유통 등 기업 활동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의 확대는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에서 대규모 제조업 고용 상실을 발생시켰다. 기술혁신보다 기업 활동 방식의 변화가 고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기술변화에 따른 고용 감소 영향이 지금 예측하는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인해 고용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기업의 형태·전략·역량 등에 따라 고용 감소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모든 생산 공정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주로 차체 공정의 자동화 수준은 매우 높은 반면, 조립 공정에서 자동화 수준은 15~20% 내외이다. 또한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과거에 이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기도 한다. 가상공간에서의 자동차 설계와 디자인 등이 바로 그러한 사례다. 현행 디지털화는 알고리즘으로 재현 가능한 지식 노동의 일부를 자동화하고, 창조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일부 기술적 지원을 하는 정도이다. 앞으로의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디지털화 또는 자동화가 반드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단선적인 사고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투데이

 

기술 진보에 따라 제기되는 사회·경제적 문제

한편 디지털 기술 진보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갈등을 수반한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컴퓨터로 상징되는 디지털 경제가 확산하고 있지만, 일반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정체되고 있다. 신기술 도입으로 노동을 대체하며 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발생하는 이득은 사회 전반에 고루 배분되지 않고 자본의 소유자에게 엄청난 소득을 가져다준다. 디지털 기술 진보가 소득 양극화 및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 진보의 기반 위에서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긱 경제(gig economy)’가 만연하고 있다. 긱 경제의 특징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공식 노동을 최대한 포섭하고 통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청소부, 번역가, 목수, 택시운전가, 예술인 등이 이제는 구글, 우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일자리를 구한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은 장애인이나 청년 기업가의 노동시장 참여를 쉽게 해주고, 노동시간을 유연화 하는 등의 편익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플랫폼 기업에 포섭된 자영업자가 증가하며, 이들 기업은 사회보험이나 사무실 임대료와 같은 노동 관련 고정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정규직, 1인 자영업자,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나 노동법 등으로는 근로자의 연금이나 노동권 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 하게 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기술 실업을 양산하는 우울한 전망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기술 진보가 다양한 사회·경제적 갈등을 수반하는 것은 분명하다. 파괴적인 기술변화에 따라 고용과 노동이 재편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디지털 기술 진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고용 형태와 근로 방식의 변화에 대해 기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동을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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