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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아동돌봄정책의 통합!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22-05-11

 

진미정(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자녀양육을 돕는 국가의 정책과 서비스가 적지 않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녀서 하루 종일 돌봄이 필요하면, 종일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어린이집 기본보육과 연장보육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돌봄보다 교육 성격의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면 만 3세부터는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방과 후에 이용할 수 있는 초등학교 내의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된다. 퇴근 시간이 늦어 좀 더 길게 자녀를 돌봐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다함께돌봄센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혹, 우리 동네에 다함께돌봄센터가 없다면 지역아동센터가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다함께돌봄센터나 지역아동센터는 저녁 7시까지 운영하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센터는 저녁 6시까지만 운영할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운 나쁘게 둘 다 없다면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가 있는지 찾아본다. 단, 여기는 5학년부터 이용할 수 있으니 집 앞에 있어도 우리 아이가 아직 5학년이 되지 않았으면 이용할 수 없다. 작년부터 시행하는 학교돌봄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전국에 채 20곳이 안 되니 우리 동네에 마침 학교돌봄터가 있는 운이 좋은 사람만 가능하다. 다행히 영유아 돌봄서비스는 복지신청 사이트인 ‘복지로’에서 일괄적으로 신청할 수 있고, 초등 돌봄서비스는 ‘정부24’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신청하는 기관이나 서비스마다 신청 자격, 이용료 지원, 운영시간, 돌봄 인력의 자격과 전문성이 다르니 부모가 현명하게 잘 살펴보고 신청해야 한다.

 


자녀양육을 돕는 국가의 정책과 서비스가 적지 않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녀서 하루 종일 돌봄이 필요하면,

종일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어린이집 기본보육과 연장보육을 신청할 수 있다. ©이미지사이트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상황과 필요가 다를 테니 획일화된 서비스 대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족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은 긍정적이다. 2005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부터 2021년 제4차 기본계획까지 아동돌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수요자인 가족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었고, 돌봄을 받는 아동 중심보다는 돌봄을 제공하는 어른 중심으로 설계되어왔다는 점이다. 아동이 좋은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 어떤 서비스가 우리 가족과 자녀에게 맞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이용하기 편리해야 하며, 무엇보다 서비스 간의 질적인 차이가 없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 간 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수요자 중심으로 이용하기 쉽게 통합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아동돌봄 서비스는 연령대에 따라서, 소득계층에 따라서, 주무부처에 따라서 서비스나 제공기관이 분리되어 있어 조정과 통합이 쉽지 않다.

정부는 아동돌봄 서비스의 조정과 통합을 오래 전부터 시도해왔다.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2012년 표준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하였고, 정보공시, 평가체계, 결제카드, 시설기준, 재무회계규칙, 가격규제 제도 등을 통합하거나 개선하는 성과도 있었다. 2017년에 ‘온종일돌봄 구축’이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초등학생을 위한 마을돌봄과 학교돌봄을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2021년에는 지자체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학교가 공간을 제공하는 학교돌봄터 사업도 시작되었다. 서비스마다 분리되어 있던 온라인 신청 사이트를 ‘복지로’와 ‘정부24’로 통합한 것도 성과이다.

 


아동이 좋은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 어떤 서비스가 우리 가족과 자녀에게 맞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이용하기 편리해야 하며, 무엇보다 서비스 간의 질적인 차이가 없어야 한다.©이미지사이트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동돌봄 서비스에는 세 가지 한계점이 있다. 첫째, 다양한 서비스 간 질적 격차가 존재한다. 서비스의 질은 이를 운영하는 돌봄 전문인력의 질과 직결되는데, 각 서비스의 전담인력 양성체계와 과정이 다르고 전문성과 처우가 다르다. 서비스의 질 격차는 생애 출발점에서 평등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아동 권리를 위협한다. 부모의 소득이나 취업지위별로 서비스 이용이 차등화되고, 돌봄 격차가 장기화하면 아동발달의 계층화를 초래한다. 둘째, 돌봄이 필요한 시간대를 모두 포괄하는 서비스가 부족하여 일부 아동은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병행해서 이용해야 한다. 특히, 유치원을 이용하는 가구의 45.6%가 다른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부모 외 다른 양육자에게 의존하는 상황인데(유해미 외, 2021),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적 욕구와 긴 돌봄 시간을 모두 충족하는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드러났듯이, 사회적 재난 시 긴급돌봄이나 일상적 긴급보육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 일상적인 돌봄 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울 때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돌봄이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보니 종합대책을 세우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일찍부터 통합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스웨덴과 영국은 교육연구부에서 영아돌봄부터 초등교육까지 모두 담당한다. 프랑스는 보건연대부에서 영아돌봄, 교육청소년체육부에서 3세 이상 돌봄을 담당한다. 독일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에서 아동돌봄을 전담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후생노동성에서 영아돌봄, 문부과학성에서 유아 및 초등 돌봄을 담당하다가 2021년부터 내각부에 아동가정청을 신설하여 아동돌봄을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 정치체제, 사회적 환경, 가족 환경이 다른 국가의 체제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지만, 여러 방식으로 아동돌봄의 조정 및 통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참조할 수 있다.

<표 1. 해외 아동돌봄 정부조직 사례>


주: 류희원(2022). 박은정(2022). 이성희(2022). 임밝네(2022). 장경희(2022)의 관련 내용을 재구성함

 

아동돌봄의 조정과 통합을 위해서는 부처 개편에 앞서 통합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계적 접근을 통해 통합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단계에서는 국무조정실이나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아동돌봄통합추진단(가칭)을 설치하여, 아동돌봄기본법(가칭) 등 근거법을 제정하고, 아동돌봄종합계획을 수립하여 통합통계 생산, 정보시스템 구축 및 관리, 제공기관 국공립 비율 제고, 전문인력 양성체계, 재정 및 예산구조, 중앙 및 지방정부 역할 구조화 등 통합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반 조성 후 2단계에서는 부처 개편을 통해 통합적 정책 시행을 추진할 수 있는데, 두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 첫 번째 안은 독일처럼 대상 중심으로 돌봄 정책을 총괄하는 개편안이고, 두 번째 안은 영국이나 스웨덴처럼 아동·청소년 돌봄과 교육 정책을 통합하는 개편안이다. 두 가지 안 모두 예상되는 장점과 장애 요인이 있으므로 정치·사회적 상황과 여건을 반영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돌봄 정책의 조정과 통합은 정책의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온 이해관계와 관행을 재조정하는 것이므로 쉽지 않다. 그러나, 정책의 우선순위와 관점을 아동 중심으로 전환하여 좋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 아동 인구의 감소 시점에서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숙제이다.

 


 

참고문헌

류희원(2022). 스웨덴의 아동돌봄 부처 조직 및 연혁.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슈페이퍼

박은정(2022). 독일의 아동돌봄 부처 사례조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슈페이퍼

유해미·박진아·엄지원(2021). 영유아 보육·교육기관과 아이돌봄서비스의 효율적 연계방안. 육아정책연구소.

이성희(2022). 돌봄정책조정통합기구 설치: 영국 사례조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슈페이퍼

임밝네(2022). 프랑스 아동돌봄 조직과 재원, 시사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슈페이퍼

장경희(2022). 돌봄정책 조정, 통합관련 일본사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슈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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