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아이콘

위원회 칼럼

‘연령 통합적’ 사회로 가야 한다(매일경제, 2020.12.25)

2020-12-28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최근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고령자의 적극적 역할과 기본적 삶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구 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혁신으로서 '연령 통합적 사회'로의 준비를 제시한 점이다.

인류 역사에서 연령이 사회제도의 기준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사회보험제도를 만들면서 65세 이상의 퇴직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연령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연령을 기준으로 사회의 진입과 퇴임이 결정되는 사회다. 태어나서 학령기가 되면 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되면 직장에 들어간다. 또한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사회규범적으로 연령을 구분해 왔다. 정년퇴직 연령을 정해 정년에 도달하면 일터를 떠나 사회 참여가 중단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에서 은퇴해 아무 역할 없이 죽음을 기다리기에는 노년기가 너무 길어졌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노인과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또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은퇴한 사람들도 노인이라 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젊고 가지고 있는 자원도 많다. 그래서 인생 2모작, 3모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모작, 3모작이 가능하려면 우리 사회의 연령 기준이 없어져야 한다. 전 생애 어느 때가 되었든 자신이 원한다면 다시 대학에 돌아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퇴직연령이 되었다고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파트타임이나 임금피크제와 같은 유연한 노동 조건으로 더 근무하거나,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연령 통합적 사회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초고령사회가 지속가능해진다.

또한 연령 통합적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연령 간 상호 교류를 통해 나이로 인한 장벽을 허물고, 생애주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사회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지금처럼 서로 다른 연령 간 상호 교류가 부족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학의 캠퍼스나 직장에서,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은발의 중고령자가 젊은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팀을 이루어 일하며,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된다. 그야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노인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가 아닌 서로 다른 세대 간 연대가 중요해지고, 세대 간 연대를 통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간다.

그러나 선진국과 달리 우리 사회는 유독 연공서열과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노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이제 4차 기본계획을 통해 연령 통합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노인이라는 연령 기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연령에 따라 설정한 다양한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생애주기의 결혼이나 출산 연령에서 많은 이동과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회시스템을 연령 통합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맨위로 올라가기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