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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지속가능하고 모두가 행복한 한국 사회를 위하여

2021-01-18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기본계획은 철학이 분명하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한국 사회의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한국 사회는 계속 변동하고 있고, 시대에 따라 부침이 있지만, 최종 목표는 인류 역사 속에서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사회를 이룩하고, 빈곤을 타파하고 부가 골고루 분배되면서 풍요로운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세대와 지역 등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행위가 존중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재생산도 적정한 수준에서 지속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연령, 젠더, 교육수준, 직업, 인종 등 여러 범주에 따른 차별이 없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 이상 자연을 희생해서는 안 되고,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한국 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지속가능한 사회의 여러 조건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 조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다른 조건도 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현 단계의 한국사회가 “지금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재생산이 적정한 수준에서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사회가 발판이 되어야 하고, 부가 균형적으로 분배되면서 풍요로운 사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극복해야 하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성과 젠더에 따른 불평등이 해소되어 성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모든 사회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20년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이 정치, 경제, 사회, 가치관 등 모든 구조적 요인의 총체적 결과임을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출산과 고령화를 소위 “인구문제”라고 칭하던 것에서 벗어나, 적정 수준의 출산력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필수적인 한 조건인데, 현재와 같이 너무 낮은 수준의 출산력은 단지 출산에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인구학적 요인의 변화와 영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든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며 결과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이전의 기본계획과 철학과 비전 그리고 목표가 질적으로 다르고,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으로 대표되는 재생산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사회가 제대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 아동돌봄, 고령층돌봄 등 돌봄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있다. 그동안 돌봄은 내가 아닌 누군가 하는 것, 중요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은 것,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단순하고 별로 가치없는 것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가족 내 일상생활 속에서 당연한 것처럼 제공되고 소비되는 돌봄과 돌봄제공자들의 기여와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급으로 제공되는 돌봄과 돌봄노동자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보상도 적절하게 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치가 저평가되어 온 돌봄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이어지게 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해 온 것인지, 팬데믹 상황에서 비로소 절감하고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정책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추진과제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상세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과거의 기본계획과 차별적인 것이고, 저출산·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초석을 제대로 놓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해법 중 하나는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남녀 구분없이 모두가 돌봄을 분담해야 하며 궁긍적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이룰 때 모든 사회구성원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기본계획에서 돌봄에 대한 인식이 과거 기본계획의 인식에 비해 한단계 더 성숙해진 것은 분명하다. 한가지 덧붙여 말한다면, 앞으로는 돌봄을 돌봄경제라는 시각에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도 생산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돌봄의 질을 높이고, 돌봄노동이 품위있는 일과 직업으로 인정받으며, 여성만이 돌봄의 주체가 아니고, 생산뿐만 아니라 돌봄도 남녀 구분없이 모두가 당연히 분담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돌봄경제라는 확장된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서 일하기 원하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경력단절도 겪지 않으며, 남성부양자 가족모델에서 성인-노동 가족모델로 이행하고, 변하는 사회에 적합한 사회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을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올바른 돌봄정책이 수립, 실행될 수 있다. 

이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목표가 온 사회구성원 사이에 공유되고, 이 목표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이 실현된다면, 지속가능한 사회 속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소망의 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하는 것은 단순히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 그 속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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