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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칼럼

요즘 부모팁 4. 새벽 4시, 엄마의 하루는 시작된다

2021-05-12

주로 오전 6시에 글을 올립니다. 주변에선 그 새벽에 누가 글을 읽느냐고, 왜 그 시간에 올리냐고 묻지만 엄마인 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식구들이 자고 있을 때에야 엄마는 마음 편히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잠든 후, 혹은 아이들이 깨기 전 ‘나만의 시간’을 갖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8살, 6살 두 딸아이의 엄마인 이영실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휴대전화는 6년째 매일 새벽 4시에 알람을 울리고 있습니다. 

 

 

#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

 

둘째가 백일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남편이 일주일간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남편없이 혼자, 아이 둘을 돌볼 생각에 막막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로는 늘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그게 쉽나요. 생각만 있고 실천은 할 수 없었죠. 그렇게 지내다 남편이 출장간다고 했을 때 그 마음이 펑 터진 것 같아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어요. ‘하고 싶다’를 넘어 ‘해야겠다’ 싶었죠. 무언가를 하려면 우선 내 시간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시간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면 거실로 나왔습니다. 몸은 천근만근, 머리는 몽롱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내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며 같이 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췄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새벽 4시에 자던 ‘올빼미형’ 인간이었는데 과연 4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스스로도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눈이 떠졌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재밌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했습니다. 엄마가 되고 처음 가지는 ‘나만의 시간’이었으니까요. 눈을 뜨는 건 쉽지 않았지만 일단 일어나면 즐거웠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이라고는 하지만 일기에 가까웠죠.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었을 땐 힘들었던 이유를 쓰고, 쉽게 일어난 날은 쉽게 일어난 이유를 적었어요. 편하게, 마음 가는대로 썼어요. 그렇게 새벽에 글을 쓰다보니 어느 날 이왕 하는 거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뭐든 결론이 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도 생겼고요. 아마 그때까지는 무언가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시간이었다면,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기던 블로그부터 재정비했습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새벽기상의 장점, 새벽기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새벽에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는 팁 등을 정리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4시에 눈을 떠 아이들이 일어나는 6시 반까지, 2시간 반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기록했습니다. 남편도 영실 씨를 지지했습니다. 아침이면 혼자 조용히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원서를 읽으며 영어 공부를 했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도 읽었습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기록이 담긴 블로그를 찾는 엄마들이 하나 둘 생겼고 ‘나도 해봐야겠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같이 새벽에 일어나는 엄마들도 생겼습니다.

 

 

 

#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는 스스로를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야 한다’ 보다 ‘하고 싶다’에 방점을 두고 살아왔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은 ‘네 선택이 중요하다’라고 하시며 의사를 묻고 존중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결혼을 하니 남편보다 먼저 집에 가서 저녁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것 같고 집안도 늘 깔끔하게 유지해야 할 것 같았어요. ‘해야 할 일’을 하기 바빴죠. 아이를 낳고는 더 심했고요. 그런 의무감이 우울함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무기력해졌어요.”
  

저지르는 게 일이었는데 저지를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저지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점점 줄었습니다. 뭘 잘 하는지도 모르겠고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자신감마저 사라졌습니다. 그런 그에게 새벽기상은 터닝포인트(Turing point)가 됐습니다. 


“더 자고 싶지만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영어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나와의 신뢰를 다시 쌓는 과정이었어요. ‘뭐라도 하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달까요. 그 뒤로는 주변 엄마들에게 나 자신을 위해 최소한의 습관을 만들고 꾸준히 이어가라고 조언해요. 그 자체가 의미있고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아도 모든 경험은 내공이 되고 경쟁력이 됩니다. 엄마라는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졌습니다. 나를 넘어 아이를 보게 되고, 아이가 살아 갈 세상이 보입니다. 포용력과 인내심이 강해지고 타인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엄마 경쟁력’입니다. 

 

 

 

#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실 씨는 엄마들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되고 ‘해야 할 일’에 나를 묶어둔 것도 나였고, ‘하고 싶다’며 새벽기상을 시작한 것도 나였기 때문입니다. 엄마 이후의 삶도 결국 나에게 달렸습니다. 


그래서 ‘나를 즐겁게 하는 건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결혼과 육아가 힘들었던 건 나를 즐겁게 하는 것보다 내가 즐겁게 해야 하는 것들을 중심에 뒀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떠올리고 그것들을 지키자 나도, 결혼도, 육아도 같이 즐거워졌습니다. 


요즘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은 주위 엄마들입니다. 그의 블로그를 보고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엄마들을 만나는 게 마냥 행복합니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만은 내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으쓱합니다. 지난해에는 ‘엄마일연구소’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성장하고 싶어하는 엄마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새벽기상부터 글쓰기, 필사, 다이어트, 학습습관 기르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리더가 됩니다. 뜻을 같이 하는 엄마들이 참여하고 같이 꾸려갑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극을 받았다는 분들이 계세요. 참 고마워요. 엄마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더 많은 경험을 나누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부모여도, 괜찮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홍보 자문단 틈틈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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