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아이콘

웹툰∙웹칼럼

[7화] - 아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아이를 위한 육아

2022-11-03

아이가 아홉 살이 되면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주말 아침 축구를 하러 나갈 때 함께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5년이 넘는 시간을 아이 위주로 꾸리다 보니 저의 취미를 즐기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운동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이나 독서 토론,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여가생활을 아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모처럼 맑게 갠 하늘 아래서 땀 흘린 후 팀 전체가 잠시 쉬는 시간, 한 팀원이 먼저 귀가하겠다면서 주섬주섬 짐을 정리합니다.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와이프 도와주러 가야 해서요."

"한 게임만 더 차고 가! 형은 축구 끝나면 골프 약속도 있어."

"아니, 그렇게 집에 안 들어가시면 가족들이 뭐라고 안 해요?"

"야, 매일 도와주면 그건 돕는 게 아니라 그냥 니 일인 거야. 어쩌다 한 번씩 도와줘야 자유시간 줘서 고맙다고 칭찬도 듣는 거지!"

먼저 들어간다는 팀원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아내를 돕는다'라고 표현하고, 종일 외부 일정이 있다는 팀원은 그 '도움'을 줌으로써 칭찬을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A가 B를 돕는다는 것은 B의 일에 A가 힘을 보태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대입하면 육아가 아내 한 사람의 일이고 남편이 그것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육아는 어느 한쪽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요?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부인, #자부타임과 같은 해시태그를 비롯해, '아빠 육아'라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단어 또한 여전히 육아와 가사는 엄마의 몫이고 아빠는 이것을 도와준다는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들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육아 역할을 똑같이 분담하고 있다면 엄마들이 어쩌다 한 번씩 가지는 자유시간에 대한 신조어가 생길 일도 없을 것이고, 굳이 아빠가 하는 육아를 일컫는 단어가 존재한 필요도 없겠지요. '자유 남편' 또는 '엄마 육아'라는 표현이 굉장히 어색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생각이 팽배해 있으면,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육아나 가사를 하는 것에 대해 '생색'을 내게 되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줬다는 사실에 대해 칭찬을 바라게 될 것이고요. 자신의 '도움'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아내 또는 자녀들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 서로의 감정이 상하고 멀리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자녀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빠들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말미암아 본인과 자녀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뜻깊어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녀와 함께하는 그 많은 시간 속에서 으레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빠들은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녀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겠죠. 자녀 입장에서는 그런 아빠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표현하게 될 것이고, 아빠는 더 큰 동기부여를 받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반면 어쩌다 한 번씩 자녀와 대화하는 아빠라면 '내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얘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나'라는 생각으로 서로의 마음에 더 높은 장벽을 쌓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아빠와 몸을 부딪히며 노는 시간이 길수록 신체발달은 물론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비롯해, 어린 시절 아빠와 독서나 여행과 같은 가치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 자녀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IQ가 더 높다거나 아빠와의 대화가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연구 결과 출처: 고용노동부 아빠육아지원 아빠넷)

이렇듯 아빠들이 육아를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내 아이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입니다. 바쁜 사회생활 도중에 큰 마음먹고 시간을 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내심 아내의 감사 인사를 기다리다 실망하기보다는,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진심을 다해 임한다면 아내의 감사 인사는 물론 자녀들로부터도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늘 논리적이고 지수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저의 팀장님이 어느 날 제게 던진 말이 있습니다.

"자녀를 키운다는 게 정서적인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우리가 육아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를 숫자로 표현하기 힘들 것 같아도, 굉장히 간단하게 지수로 나타낼 수가 있어. 나는 아빠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하거든. 아이 친구 이름을 몇 명까지 말할 수 있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아빠들께 여쭙습니다. 우리 아이의 친구 이름을 몇 명까지 말할 수 있나요? 3명이 채 되지 않는다면, 오늘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놀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내 삶의 울타리 안으로 가져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아빠, 갑자기 왜 그래?"라고 묻는 일 없이 "아빠 덕분에 요즘 너무 재미있어!"라고 말해줄 것입니다.

칼럼 <아빠가 전하는 엄마의 이야기>는 

격주 목요일에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앞으로 이상혁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 싱글대디와 개구쟁이 아들의 좌충우돌 동반성장기 《아빠가 엄마야》

 

 

 


워킹맘, 워킹대디에게 공감을 전해줄

현실 육아 이야기를 담은 

직장인 작가 이상혁의 책 《아빠가 엄마야》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3190515618?cat_id=50011280&frm=PBOKPRO&query=%EC%95%84%EB%B9%A0%EA%B0%80+%EC%97%84%EB%A7%88%EC%95%BC&NaPm=ct%3Dl78cs14o%7Cci%3D6376acaeeb6a3fb36da80f0bc7d484785495d830%7Ctr%3Dboknx%7Csn%3D95694%7Chk%3Da921da8f14ac134e812e277f4d0019a3b1042f4f%EF%BB%BF

 

 

맨위로 올라가기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