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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칼럼

[8화] - 아빠들의 육아 연대에 대하여

2022-11-17

'해당 계정으로는 본 카페에 가입하실 수 없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진학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가던 중, 아들 친구 엄마들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맘카페 가입을 시도했다가 성별 제한이라는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성별과 나이 제한이 있더군요.

 

 

 


임신 초기엔 어느 정도로 몸을 움직여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튼살 크림은 어느 제품이 좋은지 공유하는 예비맘들의 태교 모임, 비슷한 시기에 출산해 동고동락하면서 아이와 엄마 모두가 친해지는 조리원 동기 모임, 지역사회에서 육아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맘카페까지! 엄마들의 육아 커뮤니티는 이렇듯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그 역할과 정보의 종류도 제각각인데요. 유치원 정문 앞, 학원가 등 육아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지는 모임들까지 더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죠. 뱃속에 아이를 가지는 그 순간부터 늘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들의 육아는 지난 수십, 수백 년 동안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했습니다.


육아의 또 다른 축인 아빠들은 어떨까요? 엄마들에 비해 딱히 '육아 커뮤니티'라고 떠오르는 것이 없지요. 당장 온라인에서 아빠들의 육아 모임을 검색하면, 여럿 등장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정보 공유량은 맘카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모든 공급은 수요에 기반합니다. 아빠들의 육아 커뮤니티가 부족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육아에 필요한 정보 수집, 결정, 실행을 엄마들이 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저 또한 싱글대디가 아니었다면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을 아이 엄마에게 맡겨두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유치원 진학 때를 떠올려보면, 저희 아들보다 한 살 많은 아이를 키우는 회사 여자 선배가 아니었다면 저는 원서조차 넣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살면서 크게 관심 두지 않고 지나온, 몰랐던 것들이 수시로 튀어나오니 빠르게 배우고 판단해 적시에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육아였고, 몇 번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제가 먼저 나서서 알아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맘카페에는 가입하지 못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하고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다행인 것은 조금 어색하더라도 제가 정보를 얻기 위해 다가가면, 대부분의 아이 친구 엄마들이 저를 응원해주며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해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아이 학원을 어딜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하는 저에게 우리 동네 학원가의 교육비와 장단점, 차량 운행 사항을 정리해 보내주시기도 하고, 맘카페에 또래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올라올 때마다 캡처해 공유해주셨어요. 싱글대디는 소수자이지만 차별이나 편견으로 좌절하기보다 격려와 배려로 힘을 얻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또 한 가지 의미 있다고 느낀 것은 저희 아이가 유년기를 보낸 지난 8년 동안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면서 제가 체감하는 육아에서의 성 역할 구분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대중매체에서 아빠의 육아가 등장하는 빈도가 많아졌고, 놀이터나 교육현장에서 함께 이야기할 아빠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카페 정책이 조금씩 다르지만, 남성에게도 문을 열어주는 맘카페들이 생겨났고, 육아하는 아빠들의 대형 커뮤니티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육아 역할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육아에서의 주체와 조력자라는 개념도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죠.


매주 일요일 아침, 동네 축구팀에 가면 저처럼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아빠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아빠가 축구를 하는 동안 아이들끼리 놀면 되기 때문에 인기가 좋습니다. 특히 주말 아침을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기에 엄마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습니다! 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돕고자 아이들을 위해 여름엔 물총을, 겨울엔 텐트를 준비해주기도 합니다. 엄마들의 대표 모임이던 학부모 회의도 더 이상 '금남의 구역'이 아닙니다. 교장 선생님께 제안할 내용에 대해 고민하는 아들 친구 아빠로부터 연락을 받아 나간 키즈카페에는 저 말고도 두 명의 아빠들이 더 있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한참을 진로 교육에 대해 토론하면서 제안서를 만들었답니다.


제가 공동으로 책을 집필하면서 알게 된 '육아빠(육아하는 아빠들)'의 경우, 직업 군인, 스타트업 대표, 방송국 기자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인데 아빠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얼마 전 출산해 아빠가 된 회사 후배가 조언을 구하겠다며 저를 회의실로 불러내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육아에 있어 자신의 결정권이 많지 않아 답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안 곳곳에 아이 보호를 위한 패드를 붙이는 것부터 분유나 기저귀 브랜드까지 하나하나 부모가 상의해 결정해야 하는데, 무엇이 좋은지 알지 못하니 의견을 낼 수도 없어 그저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해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라떼(나 때)는 이랬는데'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면서 후배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빠들이 많아지면, 아빠들의 육아 연대 또한 더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겠죠. 굳이 맘카페와 같이 '파파카페'를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삶의 현장 곳곳에 아빠들의 육아 커뮤니티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아빠들의 육아 연대로 말미암아 엄마가 모르고 지나칠 뻔한 정보를 아빠가 짚어주고, 그야말로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 실행하는 팀플레이 육아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임에 함께 해주세요!

 

 


칼럼 <아빠가 전하는 엄마의 이야기>는 

격주 목요일에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앞으로 이상혁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 싱글대디와 개구쟁이 아들의 좌충우돌 동반성장기 《아빠가 엄마야》

 

 


워킹맘, 워킹대디에게 공감을 전해줄

현실 육아 이야기를 담은 

직장인 작가 이상혁의 책 《아빠가 엄마야》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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