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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저출산 대응 정책의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세종시 이야기

2021-11-16

 


최성은(대전세종연구원 세종연구실 연구위원)

세종시는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가족관계만족도’ 전국 1위이다. 세종시 출범 이후 첫 번째 조사가 시작된 2016년과 2021년 조사 모두 1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합계출산율도 2020년 확정치 1.28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종시는 왜 그럴까?”

많은 이들이 흔히 합계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합계출산율이 1명도 채 되지 않자, ‘쏟아 부은 수조원의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비판이 속출한다. 그런데 저출산 대응을 위해 쓰이는 예산은 합계출산율의 증감에 있어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행정학이나 정책학에서 다루는 정부의 성과는 크게 산출(output)과 결과(outcome)로 구분한다.  산출은 말 그대로 투입된 예산으로 사업이 목적한 대상자에게 얼마만큼의 수혜가 이루어졌는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영유아 보육료가 투입되어 수혜자에게 그 몫이 돌아가 각각의 목표된 사업성과를 달성했다면, 산출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반면, 결과는 산출에 더하여, 그 산출로 인한 영향력까지를 포함한다. 합계출산율은 대표적인 결과차원의 성과목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정책들이 시행되었다고해서 합계출산율 수치의 증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할 수 없다. 또한, 투입에 따른 산출은 1년 주기의 정부예산 주기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지만, ‘결과’는 결코 일치하지 않으며 예측도 어렵다. 세종시의 높은 합계출산율이나 가족관계만족도는 정부의 저출산 대응 예산 투입금액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결과’ 측면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만 4년차 세종시 연구자로서 그 노하우를 찾아 공유하고자 한다.


세종시의 높은 합계출산율이나 가족관계만족도는 정부의 저출산 대응 예산 투입금액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결과’ 측면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세종시의 차별화된 출생수준 변화의 배경은 첫째,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특수한 도시 기능과 대규모 인구 유입이라는 사회적 이동에서 찾을 수 있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의 합계로 계산된다. 연령별 출산율은 여성의 인구수(△y),  어머니 연령별 출생아수(△x)의 양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두 변수의 증감변화 방향(-, +)에 영향을 받게 된다. 세종시 15~49세 여성인구와 연도별 출생아수를 통한 연령별 출산율의 변동을 분석한 결과, 세종시는 지속적인 여성 인구 유입으로 인해 출생아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령별 출산율이 감소하여 궁극적으로 합계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할 정도였다(최성은 외, 2019). 

둘째, 이동 과정의 혼란/방해로 인한 전입 후 혼인·자녀 낳기 행위 증가의 모습도 세종시 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종시의 출범초기인 2012년 부터 2016년까지 시·도 간 이동을 분석한 자료(최성은 외, 2018)에 따르면, 대규모 공동주택 입주가 이루어진 동 지역에 남녀 모두 30~40대의 비율이 가장 높고 전체 전입인구에서 미취학 아동이나 학령기 아동·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도 30%를 웃돌 정도로 높았다. 임신을 계획하거나 임신 중인 상황에서 세종시로 이주를 하고, 이후  자녀를 출산한 가구가 많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셋째, 높은 교육 수준과 공공기관 종사자의 비중이 높은 인구이동의 선별적 특성은 출산기피요인으로 대표되는 취업, 주거요인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력을 상쇄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이론적 논의에 근거한 추정일 뿐, 세종시의 ‘결과’적 측면의 성과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세종시의 차별화된 출생수준 변화의 배경 중 하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특수한 도시 기능과 대규모 인구 유입이라는 사회적 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세종시 출생아수는 2012년 출범 당시 1,054명에서 2020년 3,468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출생아수가 보여주는 ‘결과’측면의 성과는 세종시가 ‘정책 오케스트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것이 바로 중앙부처와 타 지방자치단체가 세종시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2012년에 출범한 세종시는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국제안전도시, 스마트시티 국제인증 등 다양한 도시 인증의 집합체이다. 물론, ‘인증’은 수단이며 최종 목적은 될 수 없다. 필자는 세종시를 ‘도시 인증’이라는 수단을 매우 적절히 변주하여 지휘하는 ‘정책의 오케스트레이터’라고 평가하고 싶다. 

 

예를 들어,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여성가족부가 실시하는 도시 인증으로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중 세종시와 제주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모든 광역시·도 대상이 아니지만, 여성친화도시 인증 사업은 여타 도시 인증보다 매우 체계적이며 제도화 수준이 높다. 그만큼 제대로 제도를 활용한다면, 지역을 변화시키는데 영향력도 크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지향하는 정책 목표인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견인하는데 있어 중요한 추진체계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제도의 유용성에 대해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추진하는 아동친화도시는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아동의 권리에 기반한 다양한 아동 친화적 가이드라인은 지방정부로 하여금 자발적 의무기준을 생성하고, 이를 시민과 함께 이행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WHO에서 인증하는 고령친화도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생아수가 보여주는 ‘결과’ 측면의 성과는 세종시가 ‘정책 오케스트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클립아트코리아

 

사실, 세종시는 동 지역에 솟은 새 아파트와 건물들로 인해 모두 갖추어진 도시로 오해하기 쉽지만, 오히려 보이는 것 빼고 부족한 것이 더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세종시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광역 단층제 행정체계이므로, 기초사무와 광역사무의 혼재 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중앙부처 업무를 지원해줄 중간 조직도 인접 광역자치단체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으며 산하기관도 부족하다. 어쩌면, 저출산 대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행정력 측면에서 17개 시·도 중 가장 어려움이 많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인증 도시’를 탈환하여 만들어내는 정책집행의 결과는 시민들로 하여금,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한 세종으로 인식시키고, 가족관계의 만족함을 느끼며 자녀와의 삶을 기쁘게 누리게 하고 있다. 물론, 그 모든 변주가 가능한 기저에는 자라나는 시민사회의 성장을 지지하는 ‘시민주권’에 기반한 행정이 있다. 

세종시는 여전히 성장 중이며, 돌봄정책이나 아동보호정책 등 중앙부처 정책의 선도지역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많다. 지역 연구자로서 중앙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응을 위해 세종시가 더 많은 ‘변주’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량지출이 가능하게 해 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어떻게 재배열하고, 편곡하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것인가?”는 지방정부의 몫이 되어야 한다. 세종시에 이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아름다운 변주도 가능해진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증가라는 하모니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최성은외(2018), <세종시 인구 이동 특성과 정책방향 연구>, 대전세종연구원

최성은외(2019), <세종시 출생 지표 변화에 관한 탐색적 연구>, 대전세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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