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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ESG와 성평등 경영, 기업이 살 길!

2021-12-03

이숙진(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 여성가족부 차관)

 

 

한마디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 - 편집자 주) 열풍이다. 기업, 주식, 투자 등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ESG를 모르고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없고, 언론이나 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에 ESG 포럼이 생긴지도 꽤 되었다. 이제는 ‘ESG 라는게 있다더라’가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ESG를 실행한다’가 논의되는 시점이다. 

기업들이 ESG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투자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투자자들, 기금운용사들이 기업의 재무구조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ESG와 같은 비재무적 측면과 위험들을 면밀히 따져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ESG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UN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은 기후변화, 자원 고갈, 쓰레기, 공기오염, 삼림파괴, 인간의 권리, 현대노예제, 아동노동, 근로조건, 노사관계, 뇌물과 부패, 임원 보수, 이사회 구성과 다양성, 정치적 로비와 기부, 납세 등을 열거했다. 이러한 내용들이 환경(E), 사회(S), 그리고 지배구조(G)의 각 영역별 지표를 구성하여 한 기업에 대한 ESG 등급을 매기게 된다. ESG 지표 가운데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에 관한 젠더 이슈가 우리가 주목할 지점이다. 

  

최근 발간된 연구보고서들은 이사회 구성에서 성별 다양성을 반영한 기업,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 성별 임금격차가 적은 기업, 그리고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ESG 평가가 우수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성희롱이나 임금차별을 포함한 각종 성차별이 이슈가 된 기업의 사례들은 성평등 경영과 기업가치의 연관성을 짐작케한다. 우버(Uber)나 구글(Google)은 성희롱, 성차별 사건으로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거나 임원이 해임되기도 했으며,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제작자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로 인해 와인스타인컴퍼니는 회사의 문을 닫아야 했다. 젠더 이슈가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를 좌우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성평등 정보를 제대로 알고 투자하기를 바라며 이를  ESG 평가등급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ESG  지표 가운데 기업의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을 평가하는 핵심적 요소들이 있다. 세계거래소연맹과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비영리기구), EU의 비재무정보 공시 가이드라인 그리고 나스닥 등이 제시하는 요소들은 총 직원의 남녀비율, 신입 및 중간관리자의 남녀비율, 고위직 임원의 남녀비율, 정규직 남녀비율, 성별 초임 임금 및 보상비율, 육아휴직의 성별비율, 이사회 구성의 남녀 수, 위원회 위원장의 남녀 수 등이다. 성별 임금격차와 성별 다양성, 차별금지 그리고 일·생활 균형이 기업내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젠더 감수성을 가지고 성별에 따른 편견과 차별 없이 채용, 승진, 임금, 복지정책 등을 실행한다면 ESG 평가 등급이 우수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성차별을 하거나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고용정책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 서류전형과 시험에서는 잘 통과되었던 여성들이 면접에서 대다수가 떨어지거나, 분명히 같은 직급에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남성동료에 비해 임금과 승진에서 밀리는 여성들, 육아휴직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고 아예 경력단절을 예고하거나 남성들의 육아휴직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회사 분위기 그리고 회사 경영방침을 좌우하는 이사회에 여성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 기업이 대다수다. 이런 모든 일들을 관행이나 조직문화로 묵과할 경우 이제 폭망할 수도 있다는 신호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위 내용은 고용평등상담실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 경영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젠더 이슈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성별 다양성은 이사회가 남성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이다. S&P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500대 기업은 모두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S&P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연구(2019)는 여성CFO가 있는 기업의 수익성은 남성CFO 그룹과 비교해 기업 수익성이 높다1)고 보고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연구결과도 유사하다. 국내 기업의 2019년 매출 기준 상위 200위권 상장사 중 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과 여성 이사가 있는 기업의 재무성과를 비교한 결과, 이사회에 여성이 있는 기업의 재무성과가 더 높았다2). 이상철(2021)의 2014~2018년 한국거래소 상장 기업자료를  검증한 연구에서도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높이고, 그로 인해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사회 성별 구성과 기업가치의 상관성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들과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반영해서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었고, 자산총액 2조 이상의 주권상장법인은 2022년 8월부터 여성 등기이사가 최소 1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 굳이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서두르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일일 것이며, 동시에 대상기업이 아니라고 손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투자환경에 민감한 기업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전략이 포지티브 스크리닝(여성 이사가 있는 기업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네가티브 스크리닝(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철회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3),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여성 이사가 1명도 없는 16개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선임안을 반대하기도 했다. 

 

ESG 평가가 낮은 기업들은 점차 국내외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할 것이다. 차별적으로 여성을 채용하지 않거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거나 남녀 근로자의 근속기간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기업, 일·생활 균형에 대한 정책과 조직문화에 무관심한 기업, 가부장적 위계구조로 수직적 명령만 하달되는 폐쇄적 기업들은 ESG 평가가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들 기업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는 투자 제한, 계약 철회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어쩌면 ESG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나 개념이 아닐 수 있다.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얘기해왔고, 직장에서의 성평등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이 있어 왔으며 이것이 투자자의 관점에서 ESG 개념 안에 자리잡은 것이다. 이제 성평등 기업경영을 ‘치열한 시장경쟁을 모르는’ 소리라며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늬만 ESG 경영’을 하다가는 기업가치의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윤리소비, 가치소비를 선택하는 여성 이해관계자들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서 기업의 젠더 감수성은 기업 매출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기업의 성평등 경영을 위해 투자하는 펀드가 별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PAX 펀드, 영국의 GIRL, 캐나다의 HERS, 일본의 GPIF 등이다. 진중하게 ESG의 파도를 타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위한 성평등 경영의 노를 저어야 한다. ESG는 젠더 이슈에 관한 기업들의 감수성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피할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현상이다.


 

1)  녹색경제신문(2021. 10. 19), “글로벌 기업, 여성의 목소리 커진다...한국은 OECD 기준 낙제점”, 김윤화기자(2021. 11. 10 인쇄)

2) Yonjoo Cho, Sehoon Kim, Jieun You, Hanna Moon, Hyoyong Sung(2021), “Application of ESG measures for gender diversity and equality at the organizational level in a Korean context”, European Journal of Training and Development, Vol. 45 No. 4/5, pp. 346-365

3) 배기홍(2021), “유리천장과 여성이사 할당제도”, 기업지배구조리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Vol.100, pp.28-46

 


 

<참고문헌>

배기홍(2021), “유리천장과 여성이사 할당제도”, 기업지배구조리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Vol.100, pp.28-46

이상철(2021), “여성이사, 연구개발투자 및 기업가치”, 기업지배구조리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Vol.98, pp.3-23

녹색경제신문(2021. 10. 19), “글로벌 기업, 여성의 목소리 커진다...한국은 OECD 기준 낙제점”, 김윤화기자(2021. 11. 10 인쇄)

Yonjoo Cho, Sehoon Kim, Jieun You, Hanna Moon, Hyoyong Sung(2021),       “Application of ESG measures for gender diversity and equality at the      organizational level in a Korean context”, European Journal of Training     and Development, Vol. 45 No. 4/5, pp. 34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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