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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코로나 충격과 여성 고용동향

2020-05-13

권혜자(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코로나 바이러스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있으나, 면역력이 취약한 계층에게 더욱 치명적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고용에 미친 충격도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불안정 고용 청년 및 노년층 등 고용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위기가 여성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은 여성이 한국 노동시장에서 아직도 고용 취약계층의 대표적인 얼굴이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고용에 미친 악영향은 올 3월부터 심각한 형태로 드러났다. 올해 1월에는 취업자가 전년 대비 56만8천명 증가했었으나,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2월에는 49만2천명 증가로 둔화되었고, 위기가 본격화된 3월 고용동향에서는 19만5천명이 감소했다(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청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 취약계층이 적게 포착되는 고용보험 자료에서도 3월보다 4월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곧 발표될 4월 고용동향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그림]을 보면, 여성 취업자는 지난 몇 년간 내내 남성 증가분을 상회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2월과 3월 사이에는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여성 취업자는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만명 증가했으나, 3월에는 11만5천명 감소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도 16만2천명 증가에서 8만1천명 감소로 돌아섰다. 여성 취업자가 크게 감소한 부문은 주로 숙박 및 음식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의 순서였다. 이러한 부문에는 여성 비정규직이 많이 종사하기 때문에, 여성 임시 일용근로자의 감소폭도 남성보다 크게 나타났다. 그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도 2월 1,407천명에서 3월 1,072천명으로 급감했다. 이 조사에서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의 58%는 여성이다.

 

 

성별 취업자의 전년 대비 증감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단위 천명)

그런가 하면 3월 비경제활동인구 는 전년 동기 대비 51만6천명 증가했다. 주로 조사시점에 ‘쉬었음’ 인구와 가사를 이유로 한 비경제활동인구가 대폭 증가하여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 몇 년 이래 간신히 50%를 넘어섰던 여성 고용률(취업자/15세 이상 인구)은 전년도 3월 50.7%에서 올해 3월 49.9%로 다시 내려앉았다. 남성고용률도 70.4%에서 69.5%로 내려앉았다.

이런 부정적인 신호보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가 아직은 과소평가된 것이라는 점이다. 3월 고용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 위기로 인해 일시 휴직자가 160만7천명으로 폭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60천명 증가한 것이며, 올해 2월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약 98만9천명 증가한 것이다. 일시휴직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65.2%이다.

일시휴직이란 ‘직업 또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나 조사시점에 일시적으로 전혀 일하지 못했고, 그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복귀가 가능’한 경우이기 때문에, 비취업자가 아니라 취업자에 해당한다. 일시휴직의 사유에는 일시적 병 및 사고, 연가 및 휴가, 교육 및 훈련, 육아, 가족적 이유, 사업부진 및 조업중단 등이 있다. 문제는 이 중에서 사업부진 및 조업중단 사유로 인한 일시휴직이 1, 2월에 비해서 급증하여 3월에는 일시휴직자의 66.0%로 나타난 것이다. 여성 일시휴직자의 62.8%와 남성 일시휴직자의 72.4%가 사업부진 및 조업중단 사유로 일시휴직했다. 일시 휴직 이후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고용위기는 현재보다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의 삶을 다룬 영화 <카트>. 코로나 위기는 여성, 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막대한 재정투입과 사회안전망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발 고용위기는 영세자영업자 ,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고용에 미친 영향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3, 4월 고용보험 자료에서도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대폭 증가했으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일자리 상실을 늘리기보다는 신규채용을 중지함으로써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기존 일자리에 대한 고용유지전략,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신규 구직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 대책이 고용위기 돌파를 위한 세 가지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98년 경제위기때 정규직을 포함한 대량실업을 거치고 나서야 고용보험을 비롯한 고용안전망의 틀을 갖추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취업 청년층, 플랫폼노동자 , 특수고용 , 다수의 초단시간취업자, 1인 자영업자 등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사각지대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된 타격을 받은 계층이자, 산업과 직종, 고용형태에 따라서는 여성 집중 부문의 특성이 은폐되어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서비스 노동과 돌봄 노동,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들이 기본적인 고용안정망을 누릴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요양보호사, 가사도우미, 마트 판매원, 방과후 교사, 웹 디자이너,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와는 다른 형태의 고용안전망을 적용받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재원의 부담방식이나 기존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위기와 같은 재난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노동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한편,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끊임없이 재생산할 것이다. 기존의 정규직 중심의 사회안전망으로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가는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불안을 방어할 방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취업자 전체로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실업부조 성격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 를 현실화하려는 시도는 지극히 타당한 정책방향이다. 다만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확충과정은 공식적인 단위에서 이해 당사자와 성별 영향평가의 토대 위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고용안전망이 목소리가 없는 취약계층을 방치하거나, 과거 육아휴직제도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를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의 기회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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