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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왜 돌봄직의 임금은 낮을까?

2021-06-10

글_ 함선유(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꼭 필요한 필수노동자임에도 기술이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며 돌봄직은 낮은 급여가

당연시되어 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시대에 따라 직업은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하며 사라지기도, 생겨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사이 새롭게 생겨난 직업에 돌봄직이 있다. 사회학자 폴라 잉글랜드는 돌봄직을 돌봄을 받는 이들의 건강, 기술, 또는 성향을 발달시키는 대면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는 교사와 간호사 등을 모두 포괄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그 중에서도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노인,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돌봄직으로 보았다. 2017년 10년 만에 개정된 한국표준직업분류에는 이러한 돌봄직이 정식 직업으로 등재되었다. 요양 보호사,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서비스 종사원, 보육 관련 시설 서비스 종사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으나 불과 몇 년 전에서야 노동시장에서 정식 명칭을 부여받은 직업이 되었다.

돌봄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된 배경에는 사회구조적 변화가 있다. 그동안 돌봄은 온전히 가족 내에서, 주로 엄마, 아내, 할머니, 딸, 며느리 역할을 맡은 여성이 도맡아 왔다. 그러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었고 가족구조는 변화하였다. 가족의 돌봄이 더 이상 당연하거나, 충분하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이다. 1990년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에 네 살 다섯 살 남매가 화재로 사망한 혜영이 용철이 사건을 비롯하여 긴 돌봄 끝에 동반 자살을 선택한 노부부, 장애 가족의 사건은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을 드러냈다. 이러한 사회 문제가 심화되면서 아동과 노인, 장애인 돌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2007년 노인돌봄바우처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제도, 2013년 무상보육이 바로 이 제도들이다. 제도의 발전으로 돌봄직을 포괄하는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2006년 20.5만 명에서 2019년 101만 명으로, 불과 13년 사이에 5배가 늘어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2018년~2028년 사이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는 29만 명이 더 늘어나, 모든 산업 부문 증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산업 분야로 전망된다.

사회적 필요에 대응하여 생겨난 돌봄직은 그러나 통상 열악한 일자리로 여겨진다. 돌봄직 종사자의 34%는 중위임금 3분의 2가량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다. 주휴 수당 등을 절반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다수의 돌봄직 종사자들이 실질적으로 수령하는 월급여는 최저임금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돌봄직 종사자들의 임금은 수년간 거의 증가하지 않으면서, 돌봄직의 임금은 최근 10여년 사이 오히려 낮아지는 양상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낮은 임금 이외에도 기본급이 아닌 시급제 임금체계를 적용하면서 임금의 안전성이 낮으며, 사회보험의 가입률 역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봄직 종사자들은 그들의 낮은 교육수준, 짧은 경력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직업에 비하여 낮은 임금을 벌고 있으며, 동일한 사람이더라도 돌봄직으로 이직할 때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이 일자리가 이토록 낮은 처우를 나타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어린 아이와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가족 내에서 돈을 들이지 않고 해결되던 일이었다. 돌봄은 “모성”과 같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내재된 기술로 여겨지며, 별다른 교육이나 훈련,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인식되어 왔다. 돌봄에 대한 이러한 도식(schema)은 이 일이 직업이 된 후에도 유지되면서 돌봄에 대한 낮은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기 전, 노인복지법 하에서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돌봄을 제공하던 “가정봉사원 파견사업”은 그 인력의 93%가 무급봉사자였다. 즉, 돌봄이 가정 밖으로 나와도 여전히 돈을 받지 않고 하던 일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무급노동의 전통이 이제는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정식 직업인 요양보호사의 임금 체계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돌봄은 정말 아무런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인가?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한 번이라도 맞닥뜨려 본 사람이라면 안다. 이 일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20살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본 작가 조기현은 그의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에서 “아빠의 힘없는 신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손이 방황했다”고 소회를 적었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해 능숙하게 침대보를 갈아주고 배설물을 두려움 없이 닦아줄 간병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도 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대상자가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를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파악하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계획을 짜고, 이를 실천하는 복합적인 과업 특성을 갖는다. 좋은 돌봄은 대상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사소통 역량을 갖춰야 한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통상 스스로의 필요를 표현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이므로 더 높은 윤리 의식을 필요로 하며, 보수 교육이 수시로 요구된다.

돌봄의 서비스 단가가 돌봄의 필요도나 난이도에 따른 차등화되지 않은 점도 현 임금체계의 문제로

지적된다.ⓒ클립아트코리아

돌봄이 이처럼 교육과 기술, 훈련이 필요한 직업임에도 임금 체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돌봄 정책이 도입된 이래로 종사자의 인건비는 제공되는 서비스 단가의 일정 비율 이상이 지급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 단가는 돌봄의 필요나 난이도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 일상생활에 제약이 커서 돌봄의 난이도가 높더라도 서비스의 가격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돌봄 욕구가 클 경우에 돌봄을 받는 이들의 수급 보장 시간이 늘어날 뿐이다. 즉, 고도의 돌봄 욕구가 있는 이들과 상대적으로 가벼운 돌봄 욕구가 있는 이들에 대한 돌봄이 같은 단가로 책정된 것이다. 결국 중증 장애인과 같이 돌봄의 욕구가 큰 집단일수록 돌봄을 제공할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016년 최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산급여가 도입되기는 하였지만, 그 금액이 충분치 않다보니 이들에 대한 돌봄 공급은 여전히 돌봄직의 봉사 정신과 이타심에 기대는 형편이다.

현 임금 체계는 경력과 숙련 수준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도 문제다. 돌봄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에는 관련 경력이 10년 이상이 되어 이 일을 노련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경력자도 있고,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초직자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임금 체계는 경력이 전무한 이들이나, 경력이 10년이 된 이들이나 단가가 같다. 이러한 임금 체계는 종사자로 하여금 이 일에서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게 하며, 잦은 이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업체가 영세하다보니 경영을 통해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할 여지도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돌봄 서비스가 대부분 이용자가 직접 사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바우처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짧은 시간동안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 공급자의 자격 기준을 낮췄고, 결과적으로 소규모 민간 시설이 전체 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서비스 단가가 일괄 책정된 상황에서 영세업체는 시설 운영과 관리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또한 영세업체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원도 부족하여 일용직이나 시간제의 고용형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사업체의 영세성은 돌봄직 종사자의 저임금을 상당부분 설명하는 요인임이 연구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 일 년 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많은 일들이 재택근무로 전환되는 와중에도 돌봄은 멈추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긴급보육을 이어나갔고, 집단 감염과 코호트 격리에도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은 문을 닫을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유행은 돌봄직 종사자들이 높은 감염의 위험에도 절대 일을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자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돌봄직이 이제 표준직업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노동자임에도 이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근로 조건의 개선이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점은 참으로 모순적이다.

돌봄이 상대에 대한 존중과 신뢰, 애정을 바탕에 두기에 돌봄 제공자를 “사랑의 포로”라고도 한다. 이들의 이타적인 마음으로 인하여 일자리의 나쁜 조건에도 이 일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에 느끼는 보람 수준을 조사해보면 돌봄직 종사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하여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람 수준이 높을 경우 임금도 높다. 돌봄직은 그들이 느끼는 보람 수준에 대비해 본다면, 이들의 일에 대한 보상 수준은 여타의 직종에 비하여 더 높아야 마땅하다. 돌봄직 종사자들이 최소한 그들이 느끼는 보람만큼, 우리 사회가 필요성을 절감하는 만큼, 그들의 전문성만큼 대우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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