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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베이비붐 세대, 노후에는 어디에서 살까?

2021-08-26

권오정(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2025년에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인구가 1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고령인구의 증가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인구 진입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맞이하고 고령인구로 진입하고 있으나 이들은 아직 젊다. 이들은 은퇴와 함께 새로운 제3의 인생을 기대하며 활동적인 노후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에는 "젊어서 하지 못한 취미생활"을 하거나(42.3%) "자원봉사와 같은 의미 있는 일(16.8%)“을 하면서 생활하기를 희망하면서도 ”소득 창출을 위한 일(18.8%)"을 하고 싶은 희망도 크다(정경희 외, 2010). 또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건강(45.1%)과 경제적 안정과 여유(40.6%)이며 자녀의 성공을 지원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에 대한 생각을 비추어볼 때,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에 어디에서 살 것인가는 건강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하고, 젊어서 하지 못한 취미생활과 자원봉사나 일 등 사회활동을 유지하면서 노후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상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자를 위한 주택 공급은 공급주체가 민간이냐 공공이냐에 관계없이 물량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2019년 기준 노인인구의 0.26%(21,674명)만이 노인주거복지시설에 살고 있으며, 주거와 돌봄이 결합 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인 공공실버주택 공급은 2016년에 시작되어 전국 8곳에서 1,116호가 입주되었다. 정부에서는 고령자복지주택을 2025년까지 1만 호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9년도에 처음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10개 지구가 승인을 받고 2022년이 되어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처럼 고령자 주거복지시설과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물량도 적지만 이마저도 민간에서 공급하는 고소득층 노인 대상 고급 실버타운(주로 노인복지주택)이거나 정부에서 공급하는 저소득층 노인 대상 고령자복지주택 등으로 양분되어있어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주택은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다. 노후의 주거문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만 주거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가장 두터운 인구층을 형성하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자립생활이 가능한 건강 수준과 사회참여 욕구가 큰 중산층 베이비붐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고령자 주거대안 개발이 필요하다.

 (왼쪽)베이비붐세대가 취미생활과 자원봉사나 일 등 사회활동을 유지하면서 노후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노후 소득과 주거가 관건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오른쪽) 전남 장성군의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 모습.©전남 장성군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에 주거이동을 하고자 할 때, 제약 조건으로 경제적인 면을 가장 큰 제약으로 꼽았으나 그다음으로는 노후에 맞는 현실적인 주거대안이 원하는 지역에 없다는 점도 주요 제약 조건으로 꼽았다(권오정 외, 2014). 결국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원하는 지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고령자 맞춤형 주거대안이 필요하다.

Aging in Place의 개념이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만 국한하지 않고 Aging in Community로 확장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고 사회참여 욕구가 강한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면서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활동적인 노후를 보내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택개조로 거주공간의 노화대응 성능을 향상하거나, 또는 노후 주거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으로 지역에서의 지속 거주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령친화적 거주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고령자만을 위한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고령자를 위한 주거가 공급된다면 지역에서 고립되는 방식이 아닌 기능 복합방식을 통해 상업시설, 어린이나 청소년 이용시설, 청년주택,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주민센터 등 지역사회의 중요한 기능과 복합화되어 지역에서 중요한 일원으로 역할을 하도록 구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물리적 환경의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1) 개념을 적용하여 공간 계획을 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접근하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와 같은 고민을 반영한 주거대안은 여러가지 유형이 가능할 것인데, 본고에서는 그 예로 ‘자녀교류형 주거형’과 ‘일터가 있는 주거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자녀의 상황(동거여부, 자녀 결혼상태, 자녀취업, 손자녀 양육 등)은 본인의 노후 주거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자녀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노후 생활을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한 주거대안이 필요하다. 이들은 자녀 상황에 따라 자녀를 지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노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따라서 노부모 세대, 본인 세대, 자녀 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면서 분가한 자녀 세대와는 쌍방이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또는 노부모 세대에게 돌봄을 제공하면서 거주하는 방식의 ‘연령통합적 주거대안’으로 자녀교류형 주거를 제안한다(권오정 외, 2018).

 

예를 들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여러 세대가 근거/인거 할 수 있는 방식도 가능하고, 한 단지에 일반 아파트와 노인주택이 함께 개발되는 방식도 가능하다. 유사한 해외 사례로는 일본의 시바우라 아일랜드가 있다. 도심재개발(복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분양 및 임대맨션 근처에 고령자를 위한 시니어주택과 노인요양시설 빌딩‧병원‧쇼핑 및 상업시설‧보육시설이 함께 있어 자녀 세대와 고령자 부모 세대가 근거리에 거주 가능한 형태이다. 이러한 ‘자녀교류형 주거’는 노인부양과 육아부담을 감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세대통합 뿐만 아니라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일터가 있는 주거형’은 일을 하고자 하는 고령 거주자에게 주거동 또는 단지 내 다른 영역에서 일(경제적 소득이 발생하거나 노동과 소득이 없는 봉사활동도 포함하는 광의의 범위에서 일을 뜻함)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가 제공되는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조사에 따르면(곽윤진, 2015), 베이비붐 세대는 대다수(73.7%)가 노후에도 일을 하고 싶어했고, 자기발전(30.2%), 건강유지(22.6%), 수입(15.6%)을 위해 일하기를 원했으며, 일터가 있는 주거에 대한 필요성도 높게 나타났다(87.0%).

 

단지 구성방식은 연령통합형 혹은 연령분리형이 모두 가능하다. 유사한 국내 사례 중에는 최초 주택 계획단계부터 일터의 개념을 적용한 ‘경기도 연천 카네이션하우스(그룹홈과 일자리 연계)’, 기존 거주지역 내 도시재생 과정에서 일터의 개념을 추가한 ‘대구 동구행복네트워크(주거지 근처 텃밭 정리‧지킴이‘일자리 제공)’, 기존 거주지역 내 마을형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공동 일터를 개설한 ‘서울 길음 실버메신저(택배사업)’ 등이 있다. ‘일터가 있는 주거형’의 핵심은 “일터”라는 공간 플랫폼 제공이며, 일터를 개인의 일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거나 고령자 대상의 직종이 들어가 일을 하는 방식을 다 포함한다.

그러나 아직은 베이비붐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이들의 삶의 방식에 대응하는 주거대안은 매우 부족하다.

이에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에서는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를 감안한 주거 대응 계획을 담았다. 과거 기존의 주거정책이 취약계층(저소득‧허약 고령자) 중심이었다면, 제4차 기본계획에서는 베이비부머의 고령자 진입으로 다양해진 특성을 반영한 주거 대안을 마련할 것을 과제에 담은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이비부머 포함 고령자의 건강‧소득 등 다양한 특성에 맞춰 돌봄‧의료‧복지‧생활지원 등의 주거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더 큰 범주에서는 대도시(수도권) 베이비부머가 이주하여 지역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가칭)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 모형 개발‧조성에 관한 내용도 제4차 기본계획에 담았다. 앞서 제안한 자녀교류형‧일터형 주거대안들처럼 고령자들 본인의 마을공동체 일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고령자뿐 아니라 지역사회 비고령자도 함께 혜택을 누리는 공동체성 강화 형태의 마을 모형을 개발 중이다.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고령층 진입이 시작된 현시점에서 신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주거모델들을 구상하고 실행에 대한 노력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 대한민국정부

 


 

1) 유니버설 디자인은 인간의 변화하는 상황에 제한받지 않고 연령이나 장애정도 등에 관계없이 가능한 누구나 원하는 생활방식대로 편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용성을 최대화 한 거주자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다.


 

참고문헌

곽윤진(2015). 노인주거유형으로서의 일터가 있는 주거 탐색 연구. 건국대학교 석사학위 청구 논문.

권오정 외(2014). 고령자의 생애주기적 주거경험에 기초한 노후 주거모델 개발 2차년도 보고서. 건국대학교.

권오정, 이용민(2018). 노후 주거 관련 의식에 기초한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주거대안 제안, 대한건축학회논문집, 34(5), p.39-50.

정경희, 손창균, 박보미(2010). 신노년층의 특정과 정책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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