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한 부(父)를 비롯해 미혼부는 자녀의 양육에 관심이 없고 아버지로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도 자녀의 양육 및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변화해 왔다. 특히 미혼부에 대한 인식 변화에는 2015년 5월 18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를 통해 “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규정, 일명 사랑이법의 제정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미혼부의 권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증가하였고, 인식 또한 달라졌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사랑이법이 시행된 2015년 11월 이후부터 2019년까지 미혼부가 법원에 신청한 ‘친생자 출생을 위한 확인’ 청구 690건 가운데 457건만이 인용되었고, 129건은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각된 129건이 의미하는 바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녀가 129명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사랑이법의 제정 이유는 미혼부의 출생신고 체계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지,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를 성립시키지 않음으로써 이미 출생해서 존재하는 자녀와 미혼부(생부)와의 친자관계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친생자출생 확인 신청을 인용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을 살펴보면, ‘모의 성명 ·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대한 일치된 판단 기준 없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서도 다르게 판단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규정을 개정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의 많은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 제출되었으며, 이들 개정안에서는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외의출생자 ”부분(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1항 및 제2항)을 “출생자”로 변경하고,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는 관계없이 “부 또는 모”가 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법 제57조 제2항의 “모의 성명 ·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의 부분을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또는’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로 개정하여, 모의 인적 사항 3가지 중 하나만 모른다면, 모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로 확인함으로써,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문제는 아동 복리의 사각지대로서 당연히 우리 사회가 해결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1대 국회에 남겨진 시급한 과제이다. 다행히도 대법원은 2020년 6월 8일(2020스575) 판결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인 출생한 아동에 대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헌법 제10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와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헌법 제37조 제2항)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사랑이법의 제정 이유가 이들 아동에 대한 권리 보장임을 강조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에 하급심에서 일관된 기준 없이 기각되던 ‘혼인외의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혼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원에서는 미혼부 출생신고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부분에 대한 개정이 마무리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첫째,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1항 및 제2항의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외의 출생자”를 “출생자”로 변경하고,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는 관계없이 “부 또는 모”가 할 수 있도록 하며, 둘째, 동법 제57조 제2항을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또는’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로 개정하여, 모의 인적 사항 3가지 중 하나만 모를 때에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가 자녀의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거나, 모의 소재 불명의 경우라도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에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보편적 출생통보제를 대안으로써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출생통보제 는 출생신고의 누락 방지를 위해 각 의료기관이 해당 기관에서 출생한 자녀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출생한 모든 자녀에 대한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도 누락 되지 않고 의료, 보육, 교육 등 차별 없는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 미혼부 출생신고를 위한 개정과 함께 도입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더 이상 출생한 아동이 자신의 부모가 미혼부라는 이유로 그리고 어떠한 사유에서도 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21대 국회에 산재해 있는 ‘출생신고’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시급히 통과되어 국가의 아동 권리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