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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1700만 베이비부머를 위한 신(新)주거복지

2022-02-15

 

고영호(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들어가며: 주거정책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2017년 고령인구는 유소년인구 규모를 추월했다. 1,700만 명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생) 첫 세대인 1955년생이 2020년 고령층으로 진입을 시작하였고, 전체 베이비부머가 고령층으로 모두 진입할 향후 20년 간 고령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여 2040년 전체 인구의 34.4%에 이를 전망이다(통계청, 2021).

고령자의 다수는 본인이 살던 집과 동네에서 익숙한 환경과 관계성을 유지하며 노년기의 삶을 지속하기를 바란다(‘건강이 유지된다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한다 83.8%’, ‘건강악화 시 재가서비스를 받으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한다 56.5%’(보건복지부, 2021)). 고령자의 재가생활 선호는 우리나라 노인주거복지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한다. 주택과 거주환경에서의 복지강화가 적극 추진되어야 하며,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우리나라 고령자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안전하고 활기찬 재가생활을 지원하는 고령자 주거복지정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노인복지법」, 「주택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통해 노인복지시설, 노인주택, 노인주거 지원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거복지로드맵2.0’ 등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을 통해 고령자의 주거와 복지 서비스 연계를 추진 중이다.부처는 달라도 안전하고 활기찬 재가생활 지원 방향의 고령자 주거복지 강화 관점은 일맥상통한다.

상기한 우리나라 고령자 주거복지 강화 정책은 저소득이거나 의존적 건강상태인 고령자의 주거복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세대로 진입하기 시작한 대규모의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을 형성하는 등 기존 고령세대와는 다른 경제사회적 특성을 보여 기존의 고령자 주거복지 강화 정책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베이비붐 세대 고령자가 현재의 중소득・허약 건강상태에서 저소득・의존적 건강상태로 악화되기를 기다렸다가 국가의 고령자 주거복지 지원을 받기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행연구에서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완료되는 2030년에는 중소득・허약 고령자가 현재 대비 약 두 배의 규모가 되어 이후 10년 간 해당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연구됐다(건축공간연구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1). 초고령사회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돌봄·입원·부양 등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베이비붐 세대 고령자를 포용하는 예방적 고령친화 주거복지 정책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출처:  건축공간연구원(2021) 및 국토연구원(2022) 자료 이용 자체 작성                                      출처: 건축공간연구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1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마을과 집의 구상

스웨덴과 미국, 일본 등 고령사회에 선진입한 해외 국가의 경우, 예비고령자까지를 포함하는 공동체 주거단지와 연속형 주거돌봄단지(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CCRC) 등을 조성하고 기존 고령세대와 예비 고령세대가 함께 거주하며 주택과 단지 중심으로 재가돌봄서비스를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와 지역별로 주택과 단지의 규모와 시설구성의 차이는 보이지만 공통된 시사점은 예비 고령세대까지를 포함하는 고령친화 주거환경과 지속적 재가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연속적 돌봄서비스가 주택과 단지 단위로 마련되어 직접연계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구상하다: 서비스연계주택

베이비붐 세대를 포용하는 고령친화 주거와 단지 개발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역시 주거환경과 재가돌봄서비스의 직접연계를 필수로 고려해야 한다. ‘(가칭)서비스연계주택’이라 부를 수 있을 고령친화 주거의 모형은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고령자복지주택에서 제공하는 저층부의 재가생활지원서비스 공간이 해당 공동주택 거주 고령자만을 위한 서비스를 넘어 주변지역 다세대다가구 주택 거주 고령자의 재가생활지원서비스 공급역할로 확대될 수 있다.

아파트형 임대주택 저층부에 마련된 재가돌봄서비스는 고령자의 다양한 건강수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파트 단지 내 여러 종류의 서비스시설로 다양화하고, 해당 서비스공간은 주변 지역 고령자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지역서비스 공급처의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내 단독, 다세대 주택 거주 고령자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하여 주거와 서비스의 직접 연계성을 강화하고 간접 연계성을 다양화하는 전략이다. 노인맞춤돌봄, 재가생활지원, 통합돌봄서비스 등이 연계될 수 있으며, 복지관과 의료기관 등 돌봄의료제공기관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보건복지 서비스와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주택이 연계되어 지역사회 밀착형의 고령자 주거복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과 단독 및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의 고령자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고령친화 주거환경의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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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구상하다: 고령친화 돌봄 공동체마을

동시에 비수도권 지역에는 마을 형태의 연속적 주거돌봄단지를 조성하고 기존 고령거주자와 베이비붐 세대 고령자의 이주를 도모하여 고령자의 지속적 액티브 에이징(Active Ageing)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마을 단위로 고령자의 주거, 의료, 사회참여를 일원화하고 생활권 단위로 복지서비스를 직접 연계하는 방식이다. 대표적 유형으로 의료 연계형과 교육 연계형의 돌봄 공동체마을을 제안할 수 있다.

첫째, ‘의료 연계형 돌봄 공동체마을’의 경우 고령자 도보권 내에 보건소, 의원 및 병원, 건강지원센터 등이 위치한 마을을 대상으로 시범추진 할 수 있다. 자립 상태의 고령자를 위한 전용 공동주택과 허약 고령자의 의존 상태 진입을 지연하기 위한 건강유지시설이 복합 조성되어야 한다. 마을 단위로 재가돌봄서비스를 직접 연계하여 커뮤니티 내에서 기본적 수준의 보건복지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 연계형 돌봄 공동체마을’의 경우 지방 대학의 유휴부지와 시설을 활용한 대학타운형의 은퇴자돌봄주거단지 형태로 시범추진 할 수 있다. 기존의 노인교실 수준이 아닌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참여와 평생교육을 도모할 수 있는 형태의 주거단지로서 지방의 대학 시설과 대지를 활용하는 소극적 수준에서부터 대학의 교육 커뮤니티에까지 고령자가 참여하는 적극적 수준까지 단계적 시행을 고려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폐쇄 위기와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주거돌봄 수요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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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고령친화 돌봄 공동체 마을

고령친화 돌봄 공동체 마을

​현재는 대중적으로 조성되어 있지 않지만 노인이 임대 또는 매입을 통해 마을 공동체에 속한 주택에 입주하고,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일정 비용으로 제공하는 마을을 말한다. 노인요양시설 대비 노인들끼리의 집중도는 낮은 수준이며, 시설이 아닌 주택에서 생활하며 자립생활 관련 돌봄이 마을 단위로 고령자의 신체기능 변화에 대응하여 연속적으로 제공되는 특징을 갖는다. (출처: 건축공간연구원, 2021)

 

  

  ©유토이미지

기반을 마련하려면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고령친화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의 추진과 지속적 개선은 법적 근거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는 각 부처의 소관법에 근거하여 고령자의 주거와 복지서비스 연계를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시설・공간의 노후도에 집중하는 건축도시 정책과 고령자의 건강상태에 근거하는 보건복지 정책의 체계적 상이함으로 부처 간 사업의 통합추진 가능성은 현실적 한계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본 칼럼은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고령친화 주거복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통합추진하려면 (가칭)「고령자 거주 안정법」 마련을 제안한다. 하나의 법령 내 주택・주거환경 조성 관련 조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고 연계된 복지서비스의 공급과 연속적 연계서비스의 담보 관련 조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고령자 거주 안정성 확보에 관한 법률」을 2001년에 제정하고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성과 후생노동성이 공동으로 고령자 주거안정과 복지 실현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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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주거에서 주거로, AIP의 실현

고령자의 복지는 주거에서 시작해서 주거로 끝난다. 주택과 마을은 우리나라 수도권과 지역사회에서 고령자가 경험할 노년기의 주요 삶터이다. 고령자의 지속적 재가생활을 이야기할 때 빈번하게 제시되는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Aging in Place, Aging in Community)’에서 ‘살던 곳’이란 반드시 고령자가 살아온 주택과 마을에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의 추세는 고령친화적 생활환경이 제공하는 관계성과 국가의 보조를 통한 다양한 주거 선택권을 강조한다(Forsyth & Molinsky, 2020).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기존 저소득・의존 고령자부터 중소득・허약 고령자까지 고령친화 주거환경과 재가복지서비스의 직접연계가 이루어지는 다양한 주택과 마을에서 지속적 재가생활을 유지하며 변화하는 생활욕구에 연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주거복지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건축공간연구원, 2021,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

건축공간연구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1, 고령친화 서비스연계주택 및 은퇴자 돌봄 공동체 마을 조성 로드맵 수립 연구

국토연구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2 발간예정, 초고령사회 대응 주거정책 분석 및 제언(내부자료)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 2020년 노인실태조사

대한민국정부, 2020,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통계청, 2021,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

Ann Forsyth & Jennifer Molinsky, 2020, What is Aging in Place? Confusions and Contradi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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