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14살 ‘션’이라고 애칭으로 불러요.
만화에 나오는 둘째가 13살 ‘뚜’ 11살 셋째 ‘혀니’이 그리고 막내 8살 ‘랄라’ 애들이 한 살 두 살 세 살 차이에요.
연년생으로 낳고 싶었는데 너무 힘 들어서… (웃음)
이렇게 네 아이와 함께 전원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으로, 또 웹툰 스토리 작가이자 웹툰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패밀리사이즈 남지은, 김인호 웹툰작가
【 엄마 선생님? 아빠 선생님? 】
아직 막내가 태어나기 전, 서울에서 삼형제를 키우는데 어린 삼형제를 아파트에서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층간 소음도 걱정되고, 애들 데리고 늘 공원으로 나가는데 둘은 유모차에 태우고 한 명은 업고… 너무 힘든 거에요.
그래서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다’라는 우리 부부의 열망이 커져서 연재 마감 끝날 때마다 아이들 차에 태워서 (차에 타면 낮잠 잘 자잖아요.) 서울 외각 경기도 일대를 다 돌면서 ‘어디 우리가 살만한 집이 있나’보고 다녔어요.
그렇게 2년 정도를 보고 다녔는데 좋은 위치를 찾았다 싶어도 주택 값이 어마어마한 거에요.
하지만 부모님도 서울에 계셔서 너무 멀리 갈 수는 없고 그러다 결국 여기 지금 살고 있는 용인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가 만족하고 살고 있네요
【 홈스쿨링】
저희 부부 둘 다 야간작업 스타일이라 새벽까지 일하고 안대를 하고 자고 그랬지만 첫 아이를 낳고 나니까 밤에 일찍 자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자녀로 인해서 삶이 확 바뀌었죠. 요즘은 대체로 8시 반쯤 일어나 가볍게 아침을 먹어요.
대부분의 홈스쿨링이 그렇듯 오전엔 아이들과 명심보감과 같은 고전 혹은 성경을 읽어요.
오전 타임을 놓치면 오후엔 아이들이 절대 공부를 안하거든요.
오후엔 날씨까지 좋으면 놀러 가야 하죠. 주중에 전시회든 캠핑이든 여행을 많이 가는 편이에요.
홈스쿨링을 하니까 가능한 일이죠. 주중을 이용하는 건 주말 교통체증이나 많은 인파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일도 없고 여러 장점이 많아요.
학교 끝나면 학원가고 그렇게 밤에 온다면 아이들의 하루를 못 보잖아요. 그게 너무 아쉽잖아요.
홈스쿨링을 하면 아이들이 크는 걸 옆에서 계속 지켜볼 수 있어서도 좋아요.
저희 부부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지 않나요?
홈스쿨링을 하면서 우리 부부가 육아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육아에 관한 핵심 키워드가 서로 같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늘 모든 걸 서로 공유합니다.
엄마가 없더라도 아빠가 그 기준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아빠가 없더라도 그 기준으로 엄마가 아이들을 대할 수 있으니까요.
‘엄마는 허락했는데 아빠는 안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일관성이 없어지면 아이들도 힘들겠죠?
홈스쿨링에서 아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더라도 엄마가 가지고 있는 원칙을 아빠하고 공유해 같은 원칙으로 아이를 키우는 거죠.
글쎄요.
아빠는 교장선생님이고 엄마는 담임선생님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결론적으로, 같은 시선 같은 기준의 교육을 하는 것을 우리 부부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홈스쿨링의 문제 해결법 】
첫째가 5학년 되니까 공부 가르치는 것이 너무 어렵더라고요.(이 세상에서 정한 5학년인이죠. (웃음))
5학년 수학을 푸는데 수포자여서 그런지 너무 어려웠어요. 이럴 경우, 홈스쿨 선배들은 수학학원을 보내기도 하고 그룹과외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요. 거기서 일반 아이들과의 접점이 생기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경우도 거의 없죠.) 왜냐하면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으니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한 시간에 2~3명이 만나서 배우게 돼요.
오히려 예체능 학원의 경우 일반 아이들과 만나는 경우가 많고요.
어쨌거나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이 소외감? 괴리감?을 느낄 법도 한데 학교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자는 주의기도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 자존감이 높은 편이에요.
【홈스쿨링에 대한 오해】
어떤 독자님은 제 이야길 보고 홈스쿨링이 아이들이 사회성이 결여된다며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홈스쿨링을 해보면 홈스쿨러들 만큼 사회성을 잘 배울 수 있는 게 없어요.
오히려 저희 부부는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홈스쿨러들은 가정대 가정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아 나랑 동갑 친구를 만날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오히려 위로 한두 살, 아래로 한두 살, 많게는 대학생 친구를 만나죠.
결론은 나이 많은 아이들이 어린아이들을 돌봐주고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도 잘 지내는 법부터 배우게 돼요.
무엇보다 어른이랑도 너무 잘 지내죠. ‘엄마 선생님이다’ 이런 마음으로 다 선생이라 호칭해요.
일반적인 학교에 가면 늘 동갑 친구들이랑만 있잖아요. 홈스쿨러들은 그런 수평적 관계보다 수직적으로 만나는 관계가 훨씬 많은거죠.
물론, 그래서 동갑이 한두 명 생기면 너무 반가워해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 사회성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아이들도 굉장히 사회성이 좋은 편입니다.
물론, 조심스러운 것은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서 학교에 보내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비춰질까 봐 늘 조심스럽긴 해요.
【 내 아이의 꿈 】
꼭 대학입시가 목표가 아니라면 세상은 넓고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입시를 목표로 삼는 순간 아이들은 다 똑같은 길로 가야 하는 거죠.
국영수사과 점수를 신경 써야 하는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고 홈스쿨링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공부하고 배우고 익히고 하는데 스트레스가 적어요. 더 높은 성적을 받고 하는 그런 게 없으니까…
하고 싶은 게 남다르다면 독학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아이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 분야의 책을 몇 권사요.
책을 먼저 공부하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고 혼자 해요. 저도 뜨개질을 그렇게 마스터했답니다.(웃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부터 뭐 좋아하는지 조금은 보이잖아요.
노래를 잘 하는지 미술을 잘 하는지 운동신경이 남다른지… 그래서 운동 농구 미술 음악 바이올린 피아노…
10살까지는 애들 적성에 맞춰서 예체능을 시켜주잖아요. 그러다 11살이 되면 학교에서 입시에 대한 압박이 벌써 조여오죠.
뭐… 4학년만 돼도 그 아이 대학이 판가름된다. 이 얘기가 벌써 나온데요.
그러다 보면 공부시간을 확보해야 돼서 예체능 비중이 자연스레 줄게 되죠. 그래서 아이들이 그림도 못 그리게 되고 악기도 안 하게 되잖아요. 그런 현실이 저희 부부는 몹시 안타까웠어요.
저희 아이들은 모두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요. 첫째는 이미 꿈이 정해졌어요.
아이들이 모두 그림 쪽으로 하고 싶어 하니까 홈스쿨이 더 맞는 것 같아요.
【 아빠와의 시간 】
홈스쿨링을 하다 보면 일반적인 아빠들보다는 아이들하고 지내는 시간이 그래도 좀 더 많을 거예요.
게다가 재택근무자니까 확실히 아이들이랑 같이 많이 놀아줍니다. 그러면서 가족이 다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교육이 달랐어도 스무 살 정도 성장했을 때는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홈스쿨링을 한다는 것은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새 작품을 구상하고 웹툰 작업을 한다는 일적인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있긴 해요. 프리랜서가 사실은 시간 관리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도 홈스쿨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원칙을 우리가 스스로 정하고 그 원칙을 지키는 거죠.
아이들도 틀에 얽매이지 않되 스스로 자유를 만들어가는 홈스쿨링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선택권도 중요하니까 학교를 다녀보는 걸 계속 권했던 적이 있어요.
‘너 학교 다녀볼래 ? 너무 경쟁 그런 게 없으니까 경험해 볼래?’
그러고 나중에 첫째 아들한테 물어보니까 홈스쿨링이 너무 좋은데 자꾸 학교를 가자고 하니 그게 스트레스였더라고요.
일단 엄마 아빠가 집에서 일하는 걸 늘 봐왔잖아요. 그러니까 집에서 모든 게 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아빠는 저희 홈스쿨부아이들 체육 선생님이 되어 체육을 맡아줬어요. 운동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한차례 아이들이랑 운동하면서 친해지고 그렇게 8년이 되니까 홈스쿨부아이들 꿈이 저런 아빠가 되는 게 꿈인 거예요.
【친구 같은 아빠 】
저희 부부가 아는 작가님들이 많은데 대체로 작업실에서 일을 분리하려고 하고 또는 방에서 잘 안 나오죠. (사실, 작가라는 직업이 개인적인 직업이잖아요.) 하지만 집에서 일하면서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랑 같이 놀고. 아이들이 어려도 같이 공이라도 한 번 더 잡아주려고 하고 막내가 걸음이 느리지만 온 가족이 함께 산책도 합니다.
아빠 입장에서 많이 노력하는 거죠. 아빠의 친구들도 대체로 다 만화쪽 일을 하는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라 종종 초대하면 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모두 익숙해져 있어요. 친구 집엘 가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요.
아빠들끼리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건데 원래 성향이 가정적이기도 하지만 늘 가족이 우선이죠.
육아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아빠는 일이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노는 걸 너무 좋아합니다.
너무 잘 놀아주는 게 보편적인 아빠라고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홈스쿨링이 더 가정적인 아빠의 환경을 만들어 준 것 같기도 하고요.
【사과가 먼저인 가족】
내가 잘못한 것이 인지가 되면 먼저 사과합니다.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너한테 심하게 짜증 부린 것 같아 미안해.’
사과는 곧 화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늘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죠.
애들이 나를 보고 있으니까 가르친 대로 아이들이 살아갈 테니까요. 뭘 해도 같이하고 밥도 늘 같이 먹으며 늘 보고 있으니까 더 그렇게 실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빠'라는 마음가짐 】
여자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게 되면 ‘엄마’라는 엄청 큰 경험을 하게 되잖아요. 입덧부터 육체적인 고통까지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죠. 하나의 생명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이미 모성애가 듬뿍인 채로 엄마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빠는 그런 큰 경험 없이 아빠가 된 거예요. 물론 아내의 짜증과 입덧을 보면서 힘들었겠지만 자기가 피부로 와닿는 고통과 입덧과 출산을 못 느껴봤잖아요. 그러니까 아빠는 좋은 아빠상에 대한 노력이 아내보다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작년에 홈스쿨 하는 아빠들만 모여서 교육을 받았어요.
일단 ‘자녀에게 이런 아빠가 되고 싶다’ 그런 아빠들마다 자기가 원하는 아빠 상이 있을 거잖아요.
다른 아이들과도 함께 하면서 더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리고 나름 아내에게도 더 잘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아이들과 놀면서 푸는 편입니다.
이젠 어느 정도 큰 아이들과 농구를 하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그리고 집에 마당이 있는 게 애들만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가끔 부부가 마당에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힐링이 돼요. 거기서 그냥 가족이 라면 끓여먹는 것도 힐링이 되더라고요.
홈스쿨링을 하면서 아빠의 역할에 대해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꼭 홈스쿨링이 아니더라도 아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다 보면 선순환의 톱니바퀴가 하나씩 하나씩 맞춰진다는 사실!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다음 이야기로 또 만나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키워가는 아빠의 이야기.
매주 목요일, 그림에다 작가님이 평범한 아빠들의 육아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