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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칼럼

충북 괴산의 (주)뭐하농 이지현 대표

2021-12-02

"청년 부부를 위한 최소한의 출산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주)뭐하농 이지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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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의 위기는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크게 다가옵니다. 

청년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소멸’이라는 말까지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했던 <8개 대통령직속위원회 토론회>에서는 “인구사회정책과 지역발전정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지방 청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계속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지방의 활력을 함께 만들어나갈 이주 청년들의 존재도 중요합니다. 

지금 지방에는 귀농귀촌, 창직, 로컬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방살이를 시도하며, 지방이 가진 매력을 재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청년, 지방에 살아도 괜찮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는 

충북 괴산에서  청년 농부들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주)뭐하농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이지현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자녀계획이 있는 청년부부를 위한 최소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이지현, 한승욱 부부 ©이지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남편과 충북 괴산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며 귀농 생활을 하고 있는 이지현입니다. 

괴산에서 만난 청년 농부들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뭐하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어요.

충북 괴산으로 귀농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와 남편이 귀농 생활을 한 지 올해로 벌써 5년 차네요. 괴산으로 내려오기 전, 저희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습니다. 

귀농을 결심한 계기는 회사원으로 사는 삶에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회사 일만 하다 아무 준비 없이 아이가 생기면 양육비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오로지 돈만 버는 삶, 돈을 벌기 위해  회사가 우선이 되는 인생을 살게 될 것 같더라고요.  과연 그런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우리가 왜 결혼을 하였는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가정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결과 ‘도시에서 회사원으로는 우리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귀농을 결심했습니다. 

충북 괴산으로 온 이유는 저희가 농사 짓고 싶은 작물인 ‘표고버섯’이 유명한 지역이기 때문이었고요. 

그래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 괴산군 감물면에 자리 잡게 되었고요. 


 

부부가 정성스럽게 기른 표고버섯 ©이지현

 

​​괴산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서울에서 귀농 관련 강의도 들었고, 귀농귀촌 센터 등 여러 기관도 방문해 정보를 구하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귀농을 준비하던 5~6년 전에는 청년 귀농 보다는 5060 은퇴세대를 위한 정책과 정보가 훨씬 더 많았거든요. 그래서 주말마다 괴산에 내려와 농부들을 직접 만나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귀농을 준비했습니다. 

4개월 동안 감물면에 있는 버섯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배우기도 했고요. 

자본 없이 시작하다보니 작은 땅을 사서 그 땅을 담보삼아 비닐하우스를 지었습니다. 

현재 밭농사 짓는 대부분의 땅은 모두 농지은행에서 임대받은 땅이에요. 

모든 자본과 수익의 대부분을 농사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집 장만은 하지 못했네요. 현재는 월세에요. 

언젠가는 우리 가족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농부라는 직업과 삶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직업으로서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 

가끔 주변에서 혹시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도 많이 듣는데요. 정말 단 한순간도 후회한 적 없이 만족한 삶을 살고 있어요. 

농부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고 가치 있게 여기는 청년 농부 6명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뭐하농도 설립하였고요. 

동업자 친구들을 소개하자면, 모두 괴산에서 농사 짓는 농부예요. 

저희는 모두 도시에서 살다가 내려온 청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함께 식사하고 자주 어울리면서 돈독해졌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나 괴산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우리의 고민을 직접 해결해보고자 ‘뭐하농’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회사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농부라는 직업이 좀 더 멋있게 보일 수 있는 여러 작업을 하고 싶은 이유가 컸어요. 

현재 저희는 직접 재배한 작물을 활용해 채소디저트카페, 교육, 관광, 농업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끼리만 농부와 농업을 가치 있게 여기고 끝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농업의 가치와 농부라는 노동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농촌의 삶과 문화를 새롭고 즐겁게 일구어 나가는 (주)뭐하농의 청년 농부들  ©이지현

 

 

도시와 지방살이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주신다면?

저의 경우는 농촌살이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우선 농촌살이의 장점은 청년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정해진 틀 속에서 도전보다는 안정과 안전을 선호하며 살게 되잖아요. 또한 40세, 50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부부 연봉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면서 현실과 자본에 나의 삶을 맞춰서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농촌은 내일이 기대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어요. 

 

농촌살이의 단점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죠. 그래서 뭐하농을 통해  저희가 직접 매력적인 문화를 만들고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주민들과 즐길 수 있는 재즈, 국악, DJ 공연 등을 열거나 인문,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오픈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어요. 


오픈아카데미는 다양한 콘텐츠로 진행된다. 사진은 괴산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대화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모습 ©뭐하농하우스인스타그램

 

 

​​지방에 사는 또는 살고 싶은 청년들이 많아지려면 어떤 분야의 지원이 필요할까요?

첫째로 의식주 해결이 가장 중요하죠. 경제 활동이 가능하고 거주지가 확보된다면 지방에서 정착을 결심할 청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뭐하농에서는 괴산으로 내려오려는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활동을 발굴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만,  거주지까지 도와주긴 쉽지 않더라고요. 

 

두 번째는 자녀 계획이 있는 청년 부부를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추면 좋겠어요. 저희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이 괴산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습을 보면서 병원 등의 중요편의시설 부재가 가끔 불편해보일 때가 있었어요. 괴산의 경우는 산부인과가 없거든요. 그래서 인근 지역의 산부인과로 다닐 수 있는 교통비 지원이라도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육아를 위한 돌봄 지원도 많아지면 좋겠고요. 농촌의 경우 남편이 농사 지으러 밭으로 나가면 아내가 무조건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좋은 인프라가 조성되면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이 줄어들까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우리가 교육받았던 시기의 환상이 계속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희 세대는 서울로 대학을 가야, 서울에서 취직을 해야, 서울에서 집을 장만해야, 성공했다는 신화를 들으며 자랐거든요. 

저와 남편은 도시의 삶이 싫어 시골로 왔지만 시골에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이런 행복을 진작 알았더라면 도시에서 덜 고생했을 텐데 말이죠. 그러니 청년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방(농촌)도 본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인 것을 말해주는 다양한 콘텐츠나 정책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걸 본 청년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자신의 삶을 설계해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주)뭐하농 청년 농부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팜카페(farm cafe) 뭐하농하우스. 비닐하우스와 밭으로 둘러싸인 농촌 카페로 밭에서 기른 재료로 음료과 디저트를 만든다. 모든 음료와 메뉴는 커피를 제외하곤 뭐하농 농부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 내 농부들이 키운 농산물로 만든다.  ©뭐하농하우스인스타그램

 

 

​​농촌에 살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되셨나요? 

내일은 감자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봐야지, 다음 달은 굿즈를 만들어야지, 내년에는 청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 봐야지 등 소소한 꿈들이에요. 거창한 꿈이 아닌,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작은 꿈들을 꾸며 그 꿈을 이루고 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라서 즐겁고 감사한 삶을 배우고 있고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방은 내가 조금만 들여다보면 소소한 즐거움과 나의 꿈을 펼쳐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곳이에요. 

지역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이야기하고 직접 살아보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본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날 수 있길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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