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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칼럼

[5화] - '독박 육아' 갈등 속에 더욱 절실해져만 가는 서로에 대한 이해

2022-10-06

2010년대를 지나며 우리 사회에서 남녀 간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등장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독박 육아'라는 말입니다. 

처음엔 맞벌이를 하는데도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가 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는 단어로 쓰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남녀차별을 이야기할 때 '군대' 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독박 육아'가 된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각자 느끼는 바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독박 육아는 정말 조심스러운 주제입니다.

 

 

©이미지투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단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아빠와 엄마 모두의 삶을 살고 있는 제가(어쩌면 그렇게 규정하는 것 또한 역할을 나누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며 화해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육아는 고된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과거엔 '산후 우울증'이 육아의 고된 현실을 대표하는 단어였다면, 언제부턴가 언론과 SNS에서 '독박 육아'를 언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창살 없는 감옥살이'와 같은 격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육아는 힘들고 고된 것이라는 생각이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미디어의 발달이 이러한 현상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각종 부조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엔 아이를 돌보는 집안에서의 고된 풍경들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노출되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육아현장을 공유하면서 그 순간의 고된 감정과 스트레스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과거에 비해 육아가 힘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어려운데 이제야 좀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 의식 또한 한몫했겠죠. 유교사회에서 대를 잇는다는 개념은 중요한 가치였고, 농업과 제조업이 주를 이루던 국가에서 자녀들은 가정의 동력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조부모, 부모들에게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은 '으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내일보다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다음 세대를 기르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보다는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종합해보면, 육아는 힘들고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아빠와 엄마가 분담하지 않으면 한쪽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죠. 육아가 어느 한쪽으로 쏠려 '독박 육아'가 된다면 끝을 알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노동은 그 어떤 대가를 돌려받을 수도 없고, 소속감마저 느끼지 못한 채 표류하는 슬픈 현실이 될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이 문제는 함께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를 두 사람이 나누어 들면 한 사람이 느끼는 무게는 절반이 되고, 서로 대화하며 걷다 보니 그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것처럼, 육아도 그 무게를 나누어 짊어지고 두 사람의 팀워크로 함께 해나간다면 훌쩍 자란 아이가 사랑한다는 말로 엄마와 아빠에게 그간의 희생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이죠.


잠시 저의 이야기를 드리자면, 아이 엄마가 출산을 앞두게 되자 회사로부터 퇴사 권유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한 시간씩 걸리는 출퇴근길을 견뎌냈지만 회사 사정상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줄 수 없다는 회사에는 맞설 수가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맞벌이 부모님 밑에 자란 저는, 서로 '이렇게 해보자'는 협의도 없이 '나는 돈을 벌어오는 역할, 아내는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길러내는 역할'이라는 아주 이분법적인 개념을 가지고 전업주부의 남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부터 저의 마음에는 미움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돈 벌어오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는데, 왜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너저분한 집에서 추가로 아이를 돌보는 일까지 해줘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의 역할이 아닌' 육아를 불만에 가득 찬 채로 잔업하듯이 해버렸습니다.


싱글대디가 되어 돈을 벌어 오는 일과 집안일, 육아의 개념이 나뉘지 않고 뒤섞인 삶을 살게 되자, 그때의 제가 얼마나 어리고 생각이 짧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일이라고 표현한 이 모든 것이 사실 '삶'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구분 지어질 수 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었는데, 제가 너무 사무적으로 이를 구분 짓고 역할을 나누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특히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내가 할 일이 아니지만 조금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무척 후회되더군요. 아빠의 역할을 그렇게 여겼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참 미안한 일입니다. 저는 싱글대디가 되어 이런 과오를 돌아보고 아이와 매순간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어찌 보면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육아가 나의 역할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아빠, 엄마가 이 글을 읽으신다면, 저의 이야기를 간접 경험으로 삼아 그 불필요한 역할 구분을 없애고 함께 하자고 나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해보니, 아이를 위해 조금만 부지런해지겠다고 결심하면 생업에 종사하면서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된 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우리의 미래를 길러내는 육아가 결코 남녀 갈등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가 많으면 어쩔 수 없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육아는 힘들지만, 충분히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기꺼이 나설 수 있는 멋진 아빠, 엄마가 압도적으로 많아져서 '독박 육아'라는 단어가 한때는 많이 쓰였지만 더이상 쓰이지 않는 말이 되었다는 뉴스를 곧 볼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칼럼 <아빠가 전하는 엄마의 이야기>는 

격주 목요일에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앞으로 이상혁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 싱글대디와 개구쟁이 아들의 좌충우돌 동반성장기 《아빠가 엄마야》

 

 

 


워킹맘, 워킹대디에게 공감을 전해줄

현실 육아 이야기를 담은 

직장인 작가 이상혁의 책 《아빠가 엄마야》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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